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 오페라에도 영화기법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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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페라에 영화연출기법이 도입되는 등 예술장르간 장벽을 깨는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유럽예술계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오페라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25일 바이로이트(서독)에서 개막된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에서 공연된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엔그린』에 이 같은 기법이 도입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오페라 및 영화관계자들이 바그너의 작품을 이 같은 작업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바그너가 자신의 오페라를 음악·연극·시·그림·무대디자인과 같은 모든 예술을 포용하는 전위적이고도 총체적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데에 기인한다.
개막공연작품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뮌헨극장의 신예감독 디터 도른이 감독. 바다의 푸른 빛, 차가운 북극의 노란 빛, 유령이 나올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내는 강렬한 피 빛 등을 무대에 과감하게 도입, 영화적인 조명기법과 각종 영화기술을 무대에 연출했다.
베르너 헤르조그가 감독한 『로엔그린』은 페러 슈나이더 지휘로 지난달 26일 리바이벌공연을 가졌고 28일 이 축제 폐막공연작품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 역시 기존의 무대연출기법과는 달리 짙은 회색 및 조명등으로 영화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출됐다는 평을 얻었다.
이같이 영화기법이 오페라에 도입되고 영화감독이 오페라연출을 맡은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스트라빈스키, 푸치니의 오페라가 10년 전 켄 러셀, 프랑코 제피렐리 같은 영화감독들에 의해 연출되었으며 이번 축제의 두 공연물 역시 이 같은 일련의 시도로 평가되는 셈이다.
이 축제는 1876년 8월 13일 바그너 자신에 의해 시작된 뒤 올해로 79회를 맞았다.
이 축제 개막공연에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손자이자 이 축제 총감독인 볼프강 바그너, 서독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하벨 체코 대통령, 겐셔 서독 외무장관, 뒤마 프랑스 외무장관 등 세계 각국의 예술가·정치인·실업인 등 2천여 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루면서 세계 16개국에 동시 중계되기도 했다.
이번 축제에 영화적인 연출기법이 도입된 것은 최근 예술 각 장르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유영역고수에서 탈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축제는 바그너의 오페라공연을 위해 1876년 8월 13일 한스 리히터가 지휘한 『니벨룽겐의 반지』를 초연으로 시작, 매년 또는 격년제로 이어졌으나 그 동안 재정문제 및 세계대전 등으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여름휴가철을 계기로 세계 저명인사들의 사교장이 되는 등 너무 귀족적이고 독일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바그너 음악만을 연주한다는 비판도 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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