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틈탄 증시루머/이춘성 외신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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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일의 중동사태발발후 신문사 외신부는 독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부서가 됐다.
『창간독자다』로 「애교있게」시작되는 문의전화가 그칠새가 없다.
특히 7일에는 그 도가 극에 달했다.
『이라크군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었다는데 알고 있느냐』 『이라크가 레바논ㆍ시리아ㆍ이스라엘을 상대로 동시다발전을 시작했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등의 턱도 없는 넘겨짚기식의 전화로 전화통이 불이 날 지경이었다.
같은 시각,증권단말기의 화면에는 연중최저치의 종합주가지수가 비치고 있었다.
이날 증시는 연중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하는 연5일째의 하락장세로 마감됐다.
물론 중동사태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원유를 중동에서 들여와야 하는 우리 입장이고 보면 유가동향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의 상황은 이같은 정석에서 벗어난 혐의가 짙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우디접경에 이라크군이 집결해 있다는 보도가 나간만큼 「사우디를 침공했다」는 말은 그래도 그럴싸해 보이지만 「동시 다발로 전쟁을 도발했다」는 가상은 상식밖의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터무니없는 루머가 증시에 난무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가뜩이나 장이 좋지않아 떠나려고하는 「개미군단」을 부추겨 투매를 유도함으로써 싼값에 다량의 주식을 거두어 들이려는 「큰손」들의 농간이 개입한 혐의가 농후한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폭락장세를 유도,증권 당국으로 하여금 증시부양책을 내놓게 하려는 나름대로의 「간교」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92년부터 자본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하는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주가는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해서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을 어거지로 「생산」해 가면서까지 무리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를 해야할 것 같다.
나만 살기위해 주변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국제화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국제적 사고」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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