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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전운 짙어지는 중동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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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소 영 불 전함 50여척 집결/괴뢰정부선 왕정폐지 선포
미국이 체니 국방장관을 사우디ㆍ이집트ㆍ터키 등에 특사로 파견,군사행동을 위한 전초전에 들어간 가운데 이라크의 쌍둥이 송유관이 통과하는 터키는 유엔결의의 대이라크 제재조치에 합류했다.
이라크의 마지막 생명선인 이라크 송유관을 쥐고 있는 사우디의 송유관 폐쇄를 둘러싼 신경전이 숨막히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에 지상군을 긴급 공수,쿠웨이트와의 접경지대에 배치키로 했다는 미 언론 보도에 대해 미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
그러나 미 국방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82공수사단을 수시간안에 미 본토에서 출발시켜 14시간의 공수작전 끝에 사우디 국경에 배치시킬 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부시 대통령이 미군에 대해 사우디의 국경방위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언.
다른 한 소식통은 미국군의 사우디 배치가 다국적군 배치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을 포함한 아랍연합군등이 조직될 가능성을 시사.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유엔결의 채택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전함 듀플레호가 7일 오후 수에즈운하로 진입하는등 페르시아만 봉쇄를 위한 미ㆍ소ㆍ영ㆍ불 등 강대국들의 합동작전이 구체화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중동해역에 급파한 2척의 전함외에 1척의 순양함을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발표.
중동 현지 취재에 나선 보도진들은 이날 헬기상에서 소련 구축함 한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언.
한편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소련등에 대해 페르시아만 봉쇄를 위한 합동작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
호르무즈 해협에는 이미 50여척의 각국 군함이 집결,사실상의 해협봉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
○사우디 송유관이 분기점
○…이번 중동위기에서 사우디가 미국을 믿고 이라크의 송유관을 차단할 것이냐의 여부가 하나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
이미 터키를 통한 송유량을 줄이고 석유수출을 사우디관통 송유관에만 거의 의존하고 있는 이라크의 입장에서 볼 때 사우디의 송유관차단은 곧바로 생명선을 조이는 행위이기 때문.
미국이 체니 국방장관을 사우디에 보내 효과적인 이라크 봉쇄를 위해 송유관을 차단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만일 사우디가 송유관 차단을 단행한다면 즉각 사우디를 공격할 것이며 미국이 이에 무력으로 대응하면 미국을 낭패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수천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삼을 방침임을 시사한바 있는 후세인은 쿠웨이트가 돌이킬 수 없는 이라크의 소유임을 공언하고 있어 미국관리들의 말처럼 거래는 이미 끝난 상태이며 사우디가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내릴 2∼3일이 이번 위기의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터키를 통한 송유량을 줄이는 대신 사우디 송유관에만 의존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쓰고 있는 것은 사우디로 하여금 양자택일하도록 선택을 강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며 어쩌면 사우디 침공의 구실을 찾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실정.
○인질놓고 강온 양면작전
○…이라크는 쿠웨이트내 외국인 수백명을 바그다드로 연행한후 쿠웨이트내의 외국인들이 요르단을 통해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알 헤레지 그리스 주재 이라크 대사는 7일 바그다드나 쿠웨이트에 인질로 억류된 외국인은 없다고 말하고 원하는 외국인들은 요르단이나 터키를 통해 육로로 자유로이 출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 헤레지 대사는 『미국의 위협으로 인해 쿠웨이트 공항이 폐쇄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출국을 원하는 사람들은 육로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항과 국경의 폐쇄로 이라크에 발이 묶여있던 일본인 관광객 22명이 7일 버스를 이용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국경을 넘어 터키영내로 들어 왔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또 쿠웨이트를 방문중이던 2명의 일본 기업인도 육로를 통해 사우디에 입국했다고 밝혔는데 쿠웨이트에 머무르고 있는 2백72명의 일본인 가운데 2백50명은 일본 대사관에 피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 미 국방장관은 7일 사우디를 떠나 이집트를 방문,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이라크의 공세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사우디 일원에서의 미 군사작전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
체니장관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과 한시간 동안의 회담을 통해 지중해의 미항모 아이젠하워호가 사우디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수에즈운하의 통과를 허용해줄 것과 미 전투부대의 사우디투입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뒷받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쿠웨이트화폐 전격 통합
○…이라크에 의해 구성된 쿠웨이트 신정부는 7일 쿠웨이트 디나르화와 이라크 디나르화의 동일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양국 디나르화의 평가단일화는 쿠웨이트 디나르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의미하며 이라크 화폐의 암시장 가격은 1달러에 4디나르가 돼 이번 평가절하는 사실상 3백%에 달하게 된다.
쿠웨이트 새정부 지도자 알라 후세인 알리 대령은 『이같은 평가단일화는 아랍형제국들간의 더높은 국가간 관계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유조선도 빈배로 돌아가
○…터키 정부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모든 재산을 동결하고 이들 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을 중지하며 수출은 식품과 의류품에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는 6일 터키를 통과하는 쌍둥이 송유관중 하나를 통한 원유수송을 중지하고 남은 하나의 수송량도 70%로 줄였는데 이 송유관은 이라크의 하루 총공급량 3백만배럴중 1백60만배럴을 수송해 왔다.
케체실러 터키 석유장관은 한 지중해 선적장에 이미 공급된 원유가 터키 정부의 특별허가 없이는 유조선에 선적될 수 없다면서 이날 선적장에 모로코에서 유조선 한척이 도착했으나 빈 배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가 이라크의 두 송유관을 폐쇄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구체적인 문제』라고 말해 폐쇄를 시사.
○이란,국경변화 엄중경고
○…이란은 쿠웨이트의 기존 국경선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7일 경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은 이날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외무장관의 말을 인용,이란은 지상 또는 해상을 막론하고 쿠웨이트 국경선의 변화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8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던 이란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이라크에 의해 구성된 쿠웨이트 신정권인 「자유 쿠웨이트 임시정부」는 7일 알사바 전왕정을 폐지하고 쿠웨이트 공화국이 수립됐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 등 6개 페르시아만협력기구(GCC) 외무장관들은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쿠웨이트 철수를 요구하며 쿠웨이트 신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조정자역할 맡을 듯
○…소련이 비록 후세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무기수출 중지를 선언했지만 이라크가 과거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맹방중의 하나였다는 의미에서 소련은 궁극적으로 이번 위기의 조정자역을 떠맡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소련은 경제회생을 위해 서방,특히 미국의 지원이 절대 필요한 반면 이라크를 송두리째 상실하기도 싫은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에 관한 한 양면성을 띨 수 밖에 없으리라는 분석때문.〈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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