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영역별로 짚어보는 동북공정 -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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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체제 인사에서 친정부파로 변신한 감독은 골치 아픈 선물까지 던져줬다. 중국의 '천하통일'을 미화한 중화(中華)적 이데올로기를 날것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훗날 시황제가 되는 진나라 왕 영정이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혼란한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상적인 것은 자신을 살해하러 온 자객 무명(리롄지 분)마저 설득해 중화의 세계로 끌어안는 영정의 모습이다.

'영웅'은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의 탄생으로 귀결된다. 그 영웅이란 '진시황'이자'천하통일'이라는 원대한 이상이며, 중화사상 그 자체다. 이러한 대륙의 이상을 오늘날 구현하려는 중국의 국가주의가 영화 속에 꿈틀거리는 것이다.

진시황은 천하를 자신의 발 아래 두려 했다. 영화에서 보듯 많은 수졸과 궁궐의 장대한 위용을 업고 광대무변한 우주를 지배하려 했던 것이다. 그 것이 힘을 증명하는 길이며, 중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도라고 믿었다.

진시황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다스리기 위해 결국 중화주의를 내세웠다. 오늘날 동북공정의 뿌리는 이런 역사적 배경에 있는 셈이다.

영화는 영정의 원대한 이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화했다. 도입부에서 자객 무명이 영정을 만나려고 입궁하는 장면은 압도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거대한 궁전의 양 옆으로 도열한 사람들, 겹겹이 둘러쳐진 문들을 지나서야 영정을 만날 수 있었다.

강력한 위세를 과시하는 왕과 거대한 궁궐 모습을 통해 온 세상을 다스릴 중국의 왕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암시한 것이다.

영화에서 천하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은 온전하기 어렵다. 저항하는 소수민족은 화살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 장면은 오늘날 소수민족과 주변국에 던지는 경고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가 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웅'은 결국 강한 중국, 위대한 중국을 역사적 스펙터클로 위장해 보여줬다. 하지만 순수하지 못한 의도 때문에 영화는 많은 성취에도 문화적 도발로밖에 볼 수 없게 됐다.

장병원(필름2.0 기자)

☞생각 플러스:중국이 왜 영화 '영웅'을 국가 차원에서 제작했는지 생각해 보고, 이 영화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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