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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장승부부」철거된다-대신 통일종 세우기로 합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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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상징물로 세워진 뒤 기독교계학생들의 심한 반발에 부닥쳐 철거논쟁을 불러 일으켜왔던 연세대 교내도서관 앞의 명물 「장승부부」가 세워진지 4개월만에 뽑혀야할 운명에 처해 있고 대신 「통일종」이라는 새로운 조형물이 등장하게 된다.
이 장승은 오는 가을연고제에 초청한 북측 학생들에게 「통일의지를 담은 선물」로 기증할 계획이어서 그 성사여부가 재차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의 장승은 연대총학생회가 지난 5월 대동제(축제)기간 중 3백여만원을 들여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세운 것으로 높이 10m의 인도네시아산 원목에 전통적인 장승얼굴이 새겨지고 몸체에 「민족해방대장군」「조국통일여장군」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그러나 이 장승이 세워지자 기독교서클 등의 일부 학생들이 『샤머니즘적 우상을 교내에 둘 수 없다』며 반발,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구나 장승이 세워진지 10일만인 5월20일 새벽 누군가가 지면에서 50㎝정도 높이의 장승밑동을 전기톱으로 깊숙히 베다만 흔적을 남긴 사건이 발생하면서 장승을 둘러싼 철거논쟁은 더욱 뜨거워졌었다.
연세대에서 장승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88년6월 전대협 측이 남북학생회담을 기념, 대형장승을 북측지역에 세우려다 여의치 않자 현 장승자리의 바로 왼쪽지점에 세웠으나 1년만에 누군가에 의해 전기톱으로 밑동이 완전히 잘려 나간 사건이 발생했었다.
연대총학생회측은 「장승논쟁」이 심각해지자 지난달 5일 통일장승 문제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통일이라는 대의는 우선 대학공동체내의 통일단결에서 이루어진다』는 학내여론에 근거해 총학생회측 간부3명과 기독교계학생대표 5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를 구성,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갖고 장승문제를 논의해왔다.
소위원회 양측은 『장승설립의 원 취지인 통일에의 열망은 모든 연세인의 공통된 뜻』임을 확인하고 『통일의지 표현의 「형식」때문에 연세공동체가 분열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데 합의, 대체 조형물 「통일종」을 설치키로 최종결정하고 오는 2학기 중 지금의 장승자리 또는 교내의 다른 적당한 지점에 설치키로 했다.
새롭게 선보일 「통일종」은 모든 학우들의 통일열망을 담는다는 뜻에서 성금을 모아 건립키로 했다.
소위원회에 참여한 총학생회기획부장 고동국군(22·신학4)은 『극단적 행위보다 대화와 상호이해에 입각한 토론을 통해 장승으로 야기된 학내공동체의 분열을 극복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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