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매달린 이론으로 노벨상 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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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유근군(앞줄왼쪽)과 뷔트리히 교수(오른쪽)가 22일 인천 덕적도에서 바다낚시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인하대 제공]

"물리학의 최신 이론인 실 이론(String Theory)를 아는가". "예, 조금은 압니다".

영재소년 송유근(8)군이 22일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쿠르트 뷔트리히 교수(스위스 연방공과대)를 인천 앞바다에서 만나 바다낚시를 하며 과학 얘기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인하대의 초청을 받아 방한한 뷔트리히 교수가 송군에 대해 관심을 표시해 특별히 마련된 것이였다. 송군은 인하대 과학영재 프로그램의 1호 장학생으로 이 대학 자연과학계열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송군과 인하대 영재교육원 장학생인 유태룡(인천 계산고 3년), 지성열(인천 제일고 2년)군 등 3명의 어린 과학도들은 이날 오전 뷔트리히 교수와 함께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해 옹진군 덕적도에 도착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뷔트리히 교수가 한국의 바다 낚시를 즐기고 싶다고 부탁했다.

섬 일주 관광 도중 송군이 언제부터 노벨상을 타게된 연구를 시작했는지 궁금해 하자 뷔트리히 교수는 "29세때 시작해 16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뷔트리히 교수는 NMR(핵자기 공명 분광법)을 이용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결정 방식을 확립한 연구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송군에게 "내가 네 나이 때에는 축구와 낚시, 숲을 돌아다니는 일에 빠져 있었다"며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즐겁게 뛰어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도중 송군이 "지금은 프랑스어만 공부하고 있지만 앞으로 영어, 독일어 등도 배우고 싶다"고 말하자 뷔트리히 교수는 바로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네며 "과학도에게 외국어는 꼭 필요한 공부"라고 일러줬다.

낚시를 마치고 송군은 "세계적인 과학자로부터 학문의 세계와 바다 낚시에 대해 함께 배울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송군은 우럭 1마리를 낚았고, 뷔트리히 교수는 우럭을 낚아 올리다가 놓쳤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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