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바로잡을 규율확립 시급/잦은 전ㆍ의경사고 왜 일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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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구타치사ㆍ난동등 사고 끊임없어/“데모 막느라 고생”… 처벌 않기도
전ㆍ의경들의 범죄가 크게 늘고있다.
타부대로의 전출에 항의,경찰서에서 기물을 때려부수며 집단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신병과 고참사이의 구타시비가 끊이지않고 있고 강도ㆍ절도ㆍ날치기 등 일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전ㆍ의경사고가 이처럼 늘고있는 것은 시국치안과 민생치안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과도한 근무 등으로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데다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선발,자질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어 이에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사례=경남도경 제2기동대소속 전경 50여명은 24일 오후9시30분쯤 일선경찰서 기동타격대로의 전출에 불만을 품고 술을 마신뒤 막사유리창 20여장을 깨뜨리고 책상 등 기물을 부수며 30여분간 난동을 부렸다.
또 지난달 2일 오전2시쯤에는 부산시경 기동2중대소속 전경 1백7명이 타부대배속조치에 불만을 품고 술에 취해 내무반유리창 1백20여장을 부수고 진압용 경찰버스 3대를 파괴하는 등 1시간동안 집단난동을 부렸다.
고참병에 의한 하급자 구타가 횡행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14일 오후6시40분쯤 서울 마포경찰서 지하1층 식당에서 차경남의경(19)이 같은중대 고참병 2명으로부터 식당청소에 늦게 나왔고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가슴을 맞은뒤 쓰러져 숨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시경 제3기동대 운동장에서 단체기합을 받던 김창현일경(21)이 가슴을 맞은뒤 숨졌고 같은달 24일 서울 노량진경찰서에서 투신자살한 윤준탁이경(19)의 경우도 자살직전 심한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에는 술에 취한 전경이 가정집에 들어가 두자매의 옷을 벗기고 희롱하는가 하면 서울 관악경찰서소속 의경은 지난달 15일 자동차열쇠를 주운뒤 경찰서의 컴퓨터조회로 차주인을 알아내 차량을 훔쳐냈고 서울 서대문경찰서에는 4월27일 핸드백을 날치기한 경기도경소속 김승제일경(21)이 구속되기도 했었다.
◇원인=이들은 각종 시위때마다 쏟아지는 돌을 맞으며 진압작전을 펴야하고 경찰서에 돌아와서는 다시 방범순찰근무를 나가야 하는 등 계속되는 격무로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민간인들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 기강이 풀릴 가능성이 큰것을 구타로 바로잡으려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경근무 지원자가 격감,마구잡이로 인원충원을 하는 것도 잦은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있다.
당초 시위진압은 훈련소에서 차출된 전경들이 전담했으나 국회 등에서 전경을 시위진압에 동원하는 근거 등이 계속 문제되자 내무부는 87년부터 지원자인 의경으로 전경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의경수요가 크게 늘었고 당초 3∼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던 의경선발은 현역입영대상이 안되는 중졸자도 원서만 제출하면 무조건 합격할 정도다.
일부에서는 운전자와 교통단속의경 사이의 마찰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단속의경의 수준이 크게 떨어진데도 원인이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올바른 기강확립을 전혀 못하는데 있다.
시위진압을 하는 전ㆍ의경들 사이에선 『우리가 아니면 누가 데모를 막느냐』는 말이 흔히 오가고 이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대개의 경우 처벌없이 지나간다.
따라서 이들의 사기진작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정신교육을 통해 엄정한 기강을 확립해야만이 계속 늘고만 있는 사고를 막을수 있다는 지적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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