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과민성 대장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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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전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소화기 질환 중의 하나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수년전부터 아랫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듯한 증상으로 시달려왔던 회사원 남모씨(34·강동구 상일동)는 최근 머리까지 심하게 아플 때가 있어 법원을 찾았다. 남씨는 병원에 가기 전 소화기 계통의 암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진단 결과 남씨의 질환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밝혀졌다. 관련 전문의들에 따르면 소화기의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 절반 가량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걸린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
서울 중앙병원 민영일 박사 (소화기내과)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말 그대로 대장이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생기는 병이라고 말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대부분의 소화기 질환이 그렇듯 심리적·정신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나 아직까지 정확한 발생 과정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증상=대변 이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이어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 사람에 따라서는 설사만 계속할 수도 있고 변비만 계속되는 사람도 있다.
변비의 경우 변이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하거나 연필처럼 가늘다. 피가 섞여 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설사를 주로 하는 사람의 경우 뭐든 좀 먹고 나면 화장실을 찾게 된다. 하루 한두번 혹은 서너 차례씩 설사를 할 때도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보통 수년 이상 지속되지만 체중이 줄지도 않고, 영양 상태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술·담배·코피 등의 특정 기호품에 접할 때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발병 요인=체질적으로 잘 받지 않는 음식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민 교수는『과일·밀가루 음식·우유 등 특정 음식을 먹고 이상을 느끼는 사람은 이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장운동을 돕는 섬유질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정신적 긴장과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는 체질을 가진 사람, 꼼꼼하고 내성적인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다. 운전기사·은행원·기타 회사원 등 주로 앉아서 하루종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목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료=정신적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특히 식사시에는 편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민 교수는 충고한다.
식이요법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 특히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음식 조절로만 치료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증상이 심한 사람은 약물요법을 써야 한다. 시중에는 장의 경련을 완화시키는 약과 장운동을 활발히 해주는 약 등이 판매되고 있다.
설사가 심한 사람은 장운동을 활발히 해 음식물의 흡수를 도와주는 약을, 변비가 계속되는 사람은 장의 경련을 완화시키는 약을 사용하면 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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