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반적인 경제의 어려움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고유가의 위협에 우리는 직면하게 되었다.
사데크 부세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장은 27일 제네바회의에서 현재 배럴당 18달러로 되어 있는 공시유가를 21달러로 인상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회원국들의 이러한 합의는 공시유가가 지난 86년 배럴당 18달러로 인상된 이후 4년만의 첫 재인상이라는 의미외에도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이번 OPEC회의가 유례가 드물만큼 신속하게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OPEC회원국들은 공시유가와 산유량 쿼타의 조정때마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 난항을 겪기 일쑤였었다.
또 하나는 산유량 쿼타조정에 있어서도 현행보다 40만배럴이 는 하루생산 2천2백49만1천배럴로 조정키로 했는데 이는 쿼타를 준수할 경우 실제로는 50만배럴이 줄어든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로 미루어 볼때 OPEC는 석유의 수요증대에 비해 소련의 산유부진등 공급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감안,자체적인 단결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번 OPEC의 유가인상결정에 주목해야 할 것은 당장 배럴당 3달러인상의 요인뿐 아니라 자칫하면 이것이 새로운 고유가의 서곡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OPEC공시유가가 배럴당 21달러로 인상된다해도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동력자원부는 OPEC공시유가가 21달러로 인상ㆍ확정될 경우,국내 도입원유가는 19달러로 상승,국내기름값에 4%내외의 인상요인이 생기나 석유사업기금을 활용하여 당분간 현행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는 그동안 석유사업기금이 5조여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이의 상당부분을 타부분으로 전용,유가 안정재원으로 겨우 1조6천여억원만이 있을 뿐이어서 정부의 대응책이 든든한 배경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더 더 심각한 애로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이상으로 크게 오르게 될 추세속에서 우리는 이에대한 장기적 대비는커녕 오일쇼크의 악몽도 잊은 채 저유가시대의 습성에 어느덧 젖어옴으로써 에너지절약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졌다는 현실에 있다.
우리의 산업체질은 에너지 집약형,에너지 과소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산업구조상의 문제뿐만이 아니고 일반 소비구조에 있어서도 석유수요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구조상으로 근래 노동절약적ㆍ에너지 집약적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데에 연유하고 더구나 여기에 과소비 풍조가 부채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 체질로 어떻게 유가급등에 대처해야 할지 무척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에너지정책을 재점검,절약과 대체노력에 앞장서야겠고 아울러 국민적인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