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 알콜 중독 환자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 영동지역의 어촌과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정신과 입원환자 중 알콜로 인한 환자율이 국내 전체 정신과 입원환자 중 알콜로 인한 환자율에 비해 6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지역주민들은 경제적 취약성과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부족, 장기승선기간 중의 과도한 음주 등 특이한 생활양상으로 알콜증 환자수가 증가하고 증세도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 문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양대의대 정신건강 연구소의 박용천 교수(신경정신과)가 지난해 4월부터 강원도 동해시의 영동병원 신경정신과에 입원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밝힌「농어촌지역의 알콜성 입원환자」에 따르면 남자환자 3백명과 여자환자 1백10명중 알콜로 인한 주정중독은 여자는 한명도 없었으나 남자는 45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정신질환자의 11%로 지난 84년 조사된 국내 전체 정신질환자중 알콜로 인한 환자율 1.74%의 6배를 넘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농어촌지역의 경제적 취약성과 알콜 중독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 인식부족 등으로 입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실제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며 국내 농어촌지역은 대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은 박 교수가 밝힌 이 지역 주민의 환자실태·음주양상과 대책이다.
◇환자실태=벽지농촌에서 병원에 오려면 보통1시간 걸어나와 1∼2시간 버스를 타야할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곳이 많아 쉽게 입원을 포기한다.
의료보호 혜택으로 무료로 약을 처방받을 수 있고 병원비도 무료이나 간식비 등 잡비가 부담이 돼 중도 퇴원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심해지는 원인은 병을 치료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지만 정도가 약하고 인명을 쉽게 포기하여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도 웬만한 병쯤은 그대로 가지고 산다.
알콜중독증 환자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면 술을 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답이고 실제로 복수가 찬 간경변증 환자라도 술을 달라고 조르거나 난폭해지려하면 술을 줄 정도로 인식이 부족한 것도 가장 큰 문제.
◇음주양상=주종은 소주 71%, 막걸리가 29%로 주량은 소주기준으로 ▲2홉 이하 33% ▲4홉 20% ▲6홉 이상 8%였으며 매일 마시는 경우가 57.8%였다. 특징은 안주가 거의 없이 빨리 마신다는 것. 농촌은 김치가 대부분이고 어촌은 배를 탈 경우 잡은 생선을 안주로 하고 있다.
특히 어민의 경우 한번 배를 타면 만선이 될 때까지 1∼2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때 2홉짜리 소주를 1인당 30∼60병정도 가지고 탄다. 이때 고기를 많이 잡으면 기분 좋아 맘껏 마시고 못 잡으면 울화로 또 마신다.
그러다 육지에 내리면 초보자는 2∼3일간 배를 탄 것처럼 땀이 흔들리고, 속이 울렁거려 또 술을 마시게 된다.
이들은 1년에 7∼8개월 승선해 부부간에 잦은 불화가 발생, 부인의 가출로 생긴 알콜증 환자도 35.6%나 됐다.
◇대책=첫째, 알콜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현지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음주의 양상과 알콜성 질환이 대도시의 것과는 차이가 많기 때문에 자세한 조사로 정확한 환자수 등 실태파악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둘째, 알콜성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계몽이 절실하다. 안주없이 술을 과음하는 등의 행위에 따른 건강장애 문제는 물론 이에 대한 정신분열증 등의 교육이 안돼 질병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어렵게 하고있다.
셋째, 지방문화에 대한 문화 인류학적 조사가 필요하다. 그 지역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모르는 상대에서 정신의학적 진단과 치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기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