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애호정신 생활화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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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화·예술을 아끼고 생활화하며 나아가 산업과 예술과의 결합을 모색하는「메세나」운동의 국내보급·확산을 위한 연구활동이 시작된다.
서울대 임영방교수·김문환 교수(이상 미학), 권영민 교수(국문학), 임효재 교수(고고 미술사학), 이강숙 교수(작곡과) 등은 국내문화·예술계 전반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4월「예술문화 연구소」를 만들었으며 최근 연구소의 활동을 메세나 정신의 확산에 맞춰나가기로 했다.
이들 인문과학 전문가들이 연구활동의 역점을 메세나 정신으로 삼은 것은 이에 대한 연구와 일반에의 확산이 국내문화·예술계에 큰 발전을 가능케 하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
우리에게 생소한 용어인 메세나는 최근 유럽과 미국·일본 등 서구 선진제국들에서 문화·예술이 번창할 수 있는 기본동력이 되는 개념이다.
원래「메세나」(Mecenat)란 고대로마의 마에케나스라는 귀족의 이름에서 연유하고 있다.
마에케나스는 당시 재능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참작활동에 전념하게해 로마문화·예술발전에 크게 기여했었다. 이에 마에케나스의 예술 애호정신을 기려「메세나」로 부르게 된 것.
메세나란 이후 서구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15, 16세기 대상인들의 예술가 지원활동 또는 예술애호 정신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서구인들의 일상 생활속에서 나타나는 예술애호 정신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서구에서 메세나 정신이 중요한 사회적 개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많은 대기업들이 메세나 정신에 입각, 앞 다투어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76년 프랑스의 10대 은행이 모여 「산업계 메세나 발전을 위한 연합회」 를 만들어 전국의 문화활동 지원에 나선 것. 연합회는 지방문화재 발굴과 문화공간 설치에서 시작, 오키스트라 운영 지원·영화 제작비지원까지 맡아 문화 예술 활성화의 여건을 조성해주었다.
또 일본의 대기업인 요미우리신문과 노무라 증권 등이 힘을 합쳐 78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전면개조·보수자금을 전액 지원한 것은 국경을 넘어선 메세나 정신의 발로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컴퓨터회사인 올리베티사가 피렌체 대성당 보수를 지원하거나, 프랑스의 담배회사인 피터 스튀브 상사가 파리의 택시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한 것 등도 모두 메세나정신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같은 메세나 정신의 요체는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기업의 홍보 효과를 노리는 차원을 떠나 문화·예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순수한 예술 애호정신.
예술문화 연구소는 국내 문화·예술계 침체의 근원이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기업 등의 지원활동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진단하고 이의해결을 위해 메세나운동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연구소는 메세나 정신의 보급·확산이라는 기본방향이 정해진 만큼 8월말 운영 위원회를 열어 연구 기획안을 마련한 뒤 올 하반기부터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우선 메세나정신을 가능하게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문화·예술의 위상을 한국적 상황속에서 재정립하는 기초연구에서 시작, 메세나정신을 매개로 한 기업과 문화·예술활동간의 바람직한 연계방안도 모색한다.
연구소는 나아가 문학예술에 대한 일반인과 기업가의 의식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설문조사도 실시, 연구의 기초자료로 삼을 예정이다.
임영방 연구소장은『중요한 것은 예술문화를 생활의 일부로 보는 사고방식의 확산이다. 예술문화는 곧 정신이며, 정신이 육체와 떨어질 수 없듯 예술이 생활과 유리된 채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메세나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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