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투수 조련사 백인천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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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타자 출신인 백인천 감독이 탁월한 투수조련 능력을 보이고 있어 이채롭다.
백 감독은 지난해까지 세이브 전문 투수였던 김용수(김용수·통산 85세이브)를 과감히 선발투수로 변신시켜 성공을 거두는가하면 주자만 나가면 컨트롤이 흔들리고 속도가 떨어져 지난시즌 성적이 2승3패로 저조했던 김태원을 일약 에이스(7승3패)로 변모시켰다.
또 특별한 주무기가 없어 지난 시즌까지 방어율 4점대를 기록, 별 볼일 없는 투수가 돼있던 잠수함 문병권을 투구패턴을 바꿔 올 시즌 10승 이상을 넘보는(8승2패) 1급 투수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백 감독의 가장 큰 성공은 이들보다 성격이 강해 통솔이 어려웠던 정삼흠을 선발투수에서 마무리로 변신시킨 점.
정은 지난 시즌 21게임에 등판, 5승7패를 기록한 선발요원이었으나 대만 전지훈련부터 백 감독의 용병술에 말려 투수팀장이 되면서 심기일전, 강한 개성을 경비한 최고의 소방수감으로 떠오르고 있다(4승10세이브, 방어율 2.98).
LG의 보통투수들을 일약 수준급 투수로 변모시켜 호성적을 내고있는 백 감독의 비결은 무엇일까.
투수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 적재 적소에 투입하는 용병술과 LG투수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역이용한 투구 패턴의 변화가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이 약한 김태원에게는 초구부터 강속구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을 것을 엄명하고 신통한 주무기가 없는 문병권에게는 투구 동작의 완급을 충고,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두차례 세이브 왕을 차지한 이후 한국 최고의 소방수로 콧대가 높던 김용수는 시즌 초반부터 등판을 보류시켜 기를 꺾었고 역대 감독들의 골칫거리였던 정삼흠은 감투를 씌우며 변신을 유도하는 기발한 용병술을 보였다.
이들의 투구패턴을 뜯어고치기 위해 백 감독은 벤치에 앉아 포수 김동수에게 투구마다 사인을 보내는 철저한 투구관리를 실시하는 집념을 보이고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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