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해군에 수십억 로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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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이 잠수함용 축전지를 공급하는 방산(防産)업체의 납품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해군본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연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 업체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어 대형 군납비리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9일 한국형 잠수함에 사용되는 축전지의 단가를 부풀려 국방예산 126억여원을 추가로 타낸 혐의(사기 및 방위산업법 위반 등)로 세방하이테크 이상웅(48) 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7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잠수함과 어뢰에 쓰이는 축전지를 독점 납품해 오면서 제품원가를 최대 4.7배까지 과다계상해 해군본부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서울 역삼동의 세방하이테크 본사와 경남 창원의 연구소.공장, 이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회계장부와 원가계산서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챙긴 돈은 통상 방산업체에 납품 단가의 10% 정도의 이윤을 보장하는 관행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 방산 관련 비리로 수사 확대=검찰은 세방 측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방부와 해군본부.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에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계좌추적을 진행 중이다. 세방 측에 연간 수억원의 국방 예산이 연구개발비로 지원된 과정에서도 로비가 있었다는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세방 측의 고문인 전직 해군대령 최모씨가 방산업체 선정 과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씨가 98년 세방 측에 임원으로 영입된 뒤 2004년 퇴사했다가 최근 고문으로 복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국방부 등의 관계자를 소환조사했으나 "우리도 속았다"며 비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방 측은 "비자금의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며 "관련 공무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적도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세방하이테크가 자체적으로 원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안다. 원가 산정 과정에서 방사청이 묵인하거나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 세방하이테크는=유명 건전지 제조업체인 세방전지에서 군사용 특수 축전지 분야를 떼내 1997년 독립법인이 됐다. 92년 잠수함용 축전지 개발에 성공한 뒤 해군이 개발한 한국형 잠수함 등에 축전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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