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실과 거꾸로 가는 특목고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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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인적자원부가 법을 고쳐 내년부터 특수목적고 설립을 규제한다고 한다.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인가하던 것을 교육부가 사전 협의해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에 맞춰 무리하게 외국어고.국제고 등을 규제하더니 이제는 설립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은 교육청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의 인가권을 쥐고 흔들다 유명무실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특목고의 목줄까지 쥐려 한다. 이는 학교 선택권과 교육 자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역행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교육의 자율을 강조했지만, 갈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편향된 교육관에 사로잡혀 교육 현장을 억누르고 있다. 정치 논리로 교육을 억압하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획일적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은 이미 확인됐다. 전국 초.중.고 교장의 95%가 최근 평준화 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을 주장했다. 외고 학생들은 내신에서 불리하다는데도, 외고 지원생은 갈수록 늘어난다. 올 지방선거에선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의 특목고 설립 공약만 100건을 넘었다. 우수 학생을 육성하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원하는 학생.학부모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평준화를 보완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특목고 공급을 막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니 조기 유학생 급증 등 교육 현장은 갈수록 혼란스럽다.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이해된다. 특목고 설립 규제 계획을 철회하고 평준화 보완책을 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