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재 혼란 부를 전효숙 재판관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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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조만간 전효숙씨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을 사임한 전씨의 헌재소장 지명에 대한 위헌 논란으로 국회 동의가 무산되자 재판관 임명 절차부터 다시 밟겠다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제출을 요청한 시한이 20일이기 때문이다.

전씨를 재판관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기필코 그를 헌재소장에 앉히겠다는 의사 표시다. 그러나 국회 동의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헌재는 당분간 재판관은 정원대로 9명인데 소장이 없는 기형적인 구성이 불가피하다. 또 여야 이견으로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가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관을 임명하고, 표결을 강행해 소장에 앉힌다면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그 어떤 기관보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중립적.독립적이어야 하며 헌법과 헌법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헌 논란은 헌재에 적잖은 상처를 안겨줬다. 문제는 전씨가 헌재소장에 임명되더라도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사건 당사자가 전씨가 참여한 결정은 무효라며 이에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임명 자체가 무효임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과 함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헌재 결정이나 재판관에 대한 불복.소송사태가 빚어진다면 헌재 혼란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 핵실험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한 지금은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노 대통령은 전씨의 헌재 재판관과 헌재소장 지명을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