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초기 철기제작관련 유구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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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라국가형성과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평가되는 경제력의 근간인 철의 일련 생산공정 관련유적이 대량 발굴됐다.
경주 황성 동 유적발굴조사단(단장 이난영 국립경주박물관장)은 20일 경북 경주시 황성 동907일대에서 철기제작관련 유 구 29기 및 거주지 27기 등 모두 68기의 유 구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이 발굴한 신라초기 철기제작 관련 유 구는 각종 철기를 제작하기 위한 일련의 공 정이 단계적으로 잘 나타나 있으며 이 같은 유적은 국내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철기제작공정 관련 유 구를 통해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원동력인 경제기반으로서의 철 생산시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수혈 식 주거지에서 와질토기가 발굴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와질토기는 목곽묘에서 부장품으로만 출토 돼 이는 부장용품이라고 인식돼 왔었으나 이번 발굴로 와질토기 역시 생활용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신라초기의 철기제작 관련 유 구는 각종 철기를 제작하기 위한 4개의 공정 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굴됐다.
즉 철광석을 목탄으로 환원시켜 철을 생산하는 제철로, 생성된 철 중에서 탄소함유량이 높은 선 철을 용해해 주조 철 도끼를 제작하기 위한 용해로, 제철 로에서 생산된 철 괴로 단조용 철 소재를 만드는 정련로, 정련로에서 만들어진 소재로 단조철기를 제작하는 대강간의 단지로 등 4단계 공정시설이 발굴된 것이다.
따라서 이 일대는 당시 일종의 철 공업 단지와 같은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조사 초기 발굴된 철 도끼 거푸집과 함께 국내에서 최초로 조사되는 대규모 칠기제작관련 유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라·백제·고구려 3국이 발달된 제철방식인 초강법(Puddling Steel)을 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수원공전 윤동석 교수의「삼국시대 철기유물의 금석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 기법은 제철기술 중 가장 발달된 기법이라는 것이다.
초강 법이란 선 철을 볶아 만든 숙 철을 원료로 침탄 과정을 거친 뒤 두들겨 동으로 만들고 다시 단조해 강철을 만드는 것.
따라서 이번 발굴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경제력 기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제공 면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일대는 주택공사가 임대아파트를 건립키로 한 지역으로 건설 전 실시된 시굴조사 과정에서 철기관련 유 구의 매장 가능성이 높아 발굴한 지역이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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