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장의사' 고문기술자 이근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별명 '반달곰' , 짙은 눈썹에 구릿빛 얼굴, 1백㎏에 육박하는 육중한 체구….

전기고문·물고문·관절뽑기·날개꺾기 등 상상을 초월한 고문행태로 '고문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씨가 도피 10년 10개월만인 지난 99년 오늘 (10월 28일) 스스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나타났습니다.

10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李씨는 88년 민청련 의장 김근태씨 사건·85년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 등에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기관으로 '고문출장' 을 다녔을 정도로 악명높았던 이근안씨의 전기고문 기술(?)은 모형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배운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자수후 첫 공판에서 李씨는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부임한 85년 6월 중순 직원들과 함께 AN2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형 전동기를 구입했는데 전선을 부착하니 짜릿짜릿한 전류가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이 전류가 사람의 생명까지 해치지는 않지만 화들짝 놀라게 할 것으로 판단, 전동기를 (전기고문에) 사용하게 됐다. 전동기에 붙어 있는 전선을 사람 발가락에 한줄씩 묶고 (전동기의) 회전축을 돌리면 전기가 통했다." 고 털어놨습니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화들짝 놀라게'한다는 이 말이 당시의 피해자들에게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고문 혐의와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李씨는 검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한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자신을 옹호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李씨의 장기도피에는 경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도피자금을 제공했다는 당시의 수사결과는 그에게 치떨리는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만큼이나 일반 시민들에게도 '충격'이었고 '배신'이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