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없앤 경상도식 추어탕 일미|이성규<삼미정공 대표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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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해변 가까운 곳에서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생선에 익숙해 져 왔던 편이나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서울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한동안 육식을 할 기회가 더 많았었다.
그러나 최근 건강진단을 받고 콜레스테롤 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들은 뒤에는 식단선택이 다시 육류에서 생선종류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
이제는 생선도 비린 것은 싫어 주로 식물성 메뉴, 이른바 「그린필드」를 즐기는 편인데 가끔 물고기 생각이 날 때 찾는 곳이 여의도의「구 마산」((782)3269)이다.
이 집의 주력제품은 추어탕으로 경상도식으로 미꾸라지를 잘 갈아 우거지 등속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낸다. 무엇이 더 들어가는지는 노하우에 해당돼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여기에 산초와 고추양념을 넣어 먹는 맛은 가위 일품이다.
추어탕을 멀리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릇에 담겨져 있는 살아 있는 미꾸라지 모양이 연상되어 꺼리는 것 같지만, 요리 전 단계에서 청결한 처리과정을 거치면 찌꺼기가 다 빠져 나와 깨끗하게 된다.
사실 미꾸라지를 잘 들여다보면 그 모양이 메기와 장어의 중간쯤에 해당될 만큼 날씬하게 생겼으며 맛도 미스코리아 같은 미인들이 잘 먹는 오징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추어탕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는 미꾸라지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서울 식은 반기지 않는 쪽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나 역시 비위가 좀 약한 사람들에게도 무난한 경상도식을 좋아한다.
이 집의 또 하나 특제품은 쇠고기갈비로 대개 추어탕을 들기 전에 식욕촉진용으로 소주 한두 잔을 곁들여서 먹는다.
이 갈비구이는 기름기가 약간 있는 알짜배기로 알맞게 미리 구워진 뒤 두꺼운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 얹혀 나오는데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나 같이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먹성 좋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다. 맛이 좋다 보니 때로는 갈비와 소주의 균형이 잘 이뤄지지 않아 전채와 본 식의 구분이 어렵게 되는 수가 있는데 이는 이 집의 별미인 추어탕의 상큼한 맛을 해치게 되므로 조심해야 될 일이나 그럴 경우가 더러 있게 된다.
여의도백화점 옆 백조아파트 지역 내 2층 상가건물 위층에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예약하고 갈 수 있으면 좋고, 그냥 가게 되면 서서 기다리기 십상으로 다리운동도 할 수 있게 돼 이래저래 자랑할 만한 곳이다.
구마산<서울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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