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날치기 통과/방송ㆍ군조직ㆍ「광주」보상법등 26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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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국 급냉… 후유증 클 듯/평민 무효주장 투쟁 선언/오늘 자정까지 국회서 농성 평민
국회는 14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그동안 여야간에 첨예한 격돌상황을 초래해온 광주보상법안ㆍ국군조직법ㆍ방송관계법등 23개 법안과 추경안등 26개 안건을 단 30초만에 민자당측이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에대해 평민당은 강경투쟁을 선언해 정국은 급속도로 경색됐으며 앞으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을 전망이다.<관계기사2,3면>
민자당측은 이날 오전 10시31분 박준규의장직권으로 이날 오전 8시35분 법사위 심의를 못 거친 채 본회의로 회부된 광주보상법안ㆍ방송관련법안ㆍ국군조직법안등 23개 법안과 추경안등 26개 안건을 본회의에서 기습 상정,김재광부의장의 사회로 단 30초만에 날치기 통과시켰다.
평민당측 의원들이 회의원천봉쇄방침에 따라 의장진입을 막고 의장단상을 점거하고 있는 사이 의석에 앉아있던 김재광부의장이 의석중앙통로로 나서 민자당 의원들이 몇겹으로 에워싼 가운데 육성으로 본회의를 사회,의안을 전격통과시켰다.
김부의장은 『14일자 본회의를 개회합니다. 의사일정은 생략합니다. 평민당이 제출한 광주배상법은 폐기합니다. 26개 안건을 일괄 상정합니다』라고 말한 뒤 토론과 질의를 일체 생략하고 『이의 있습니까』라고 두차례 외친 후 가결을 선포했다. 김부의장은 미리 준비한 무선마이크로 사회를 보려했으나 평민당 박석무의원에게 빼앗겼다.
김부의장은 이어 『16일 월요일은 휴회한다』고 말함으로써 150회 임시국회는 이날로 자동폐회됐다.
이 순간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평민의원들이 통로로 뛰쳐나오며 『날강도야』 『살인마』라고 외치면서 거칠게 고함쳤으나 김부의장과 민자당 의원들은 그대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평민당은 날치기통과후 본회의장에서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본회의의 날치기 처리는 완전한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평민당은 또 최영근부총재와 당3역등 대표단을 보내 박준규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이날밤 자정까지 본회의장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성명을 채택,『민자당의 날치기 관행은 의회주의에 대한 조종을 의미하는 것이고 노태우정권의 반민주적 독재성을 여지없이 폭로한 것이라 확인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민자당의 영구집권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는 당지도부가 조속한 시일내에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의원총회에 회부해주도록 희망한다』고 말해 의원직 사퇴를 간접 촉구했다.
본회의 날치기통과후 여야는 각각 성명을 발표,서로 상대방을 비난했다.
박희태 민자당대변인은 날치기통과후 『민자당은 개회초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보해주는등 민주적 방식으로 국회를 운영하려했으나 평민당이 이를 일체 거부했다』고 말하고 『임시국회운영을 원활히 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식 평민당대변인은 총재단회의에 앞서 긴급논평을 발표,『소정의 국회법절차를 전혀 무시한 채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반의회적 폭거』라고 주장,『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의장은 이날 오전 8시 법사위에서 여야간 대치로 처리되지 못한 26개 안건을 국회법 78조2항과 79조2항에 의거 의장직권으로 본회의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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