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청소년 10만명당 22명꼴로 피살(특파원코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스트리아의 73배… 흑인은 10만명당 86명이나/총기휴대ㆍ마약확산이 “주범”
미국청소년들의 피살률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뜩이나 각종 범죄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 사망률은 미국이 다른 주요 산업국가들보다 4∼7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립보건통계국이 최근 밝힌 조사자료에 따르면 미국청소년들의 피살률은 87년기준 10만명당 21.9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미국청소년들이 피살될 확률은 최소 4배,최고 73배 높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청소년 10만명당 피살률은 오스트리아가 0.3명으로 가장 낮고 다음이 일본 0.5명,서독ㆍ덴마크ㆍ포르투갈 각 1명,영국과 폴란드 각 1.2명,아일랜드 1.3명,그리스ㆍ프랑스ㆍ스위스ㆍ네덜란드 각 1.4명,벨기에 1.7명,스웨덴 2.3명,호주 2.5명,캐나다 2.9명,핀란드 3명,노르웨이 3.3명,이스라엘 3.7명,뉴질랜드 4.4명,스코틀랜드 5명 등인데 비해 미국은 무려 30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흑인청소년들의 피살률은 10만명당 85.6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로이스 핑거허트씨는 미국청소년들의 피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으리라고 처음부터 예상했었으나 이같이 높을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미국 청소년들의 피살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이 총기휴대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요인은 마약의 급격한 확산이다.
연구자들은 미청소년의 피살률이 마약,특히 「크랙」(코카인)이 확산되는 시기와 비례,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뉴욕의 할렘병원 외과과장 해럴드 프리먼박사는 『할렘지역 청소년 피살 90%는 마약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 청소년들의 높은 피살률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미국 문화ㆍ인종의 다양성과 일찍부터 청소년들이 텔리비전등을 통해 폭력에 노출되는 미국문화의 특성을 지적했다.
뉴욕대 정신의학과 도로시 루이스박사는 『폭력적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점차 많은 어린이들이 이같은 폭력적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텔리비전 폭력물이 끼친 어린이들의 폭력성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그 직접적 영향에 대한 논란때문에 아직 구체적 규제조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편 흑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주」는 10만명당 2백32명이 숨진 미시간주로 나타났으며 다음은 캘리포니아(1백55명),워싱턴DCㆍ뉴욕(이상 1백39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백인청소년들이 많이 피살된 주는 캘리포니아가 2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텍사스(21명),뉴욕(18명),애리조나(17명) 순이다.
이같은 통계는 문명국가로서의 미국에 수치스러운 것임이 분명하나 전통존중과 지나친 개인주의,그리고 산업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