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난소 낭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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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결혼한지 1년 정도 지난 한 여성이 냉이 심하고 가렵다면서 병원을 찾아 왔다.
진찰해보니 질염이었다.
그런데 진찰 중 양쪽 난소에 낭종이 발견되었다.
흔히 얘기하는「물혹이 생겼다」는 증상이다.
비교적 큰 편이었으나 다행히 유피 낭종이어서 난소 조직을 건드리지 않은 채 레이저를 이용해 혹만 제거 할 수 있었다.
얼마후 그 여성은 건강하게 임신하게 되었고 부부가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난소는 자궁의 양쪽에 자리잡고 있는 기관으로 계란처럼 타원형으로 생겼다.
크기는 3∼4㎝로 이곳에서 매달 난자가 생성되고 배란된다.
난소 낭종, 즉 물혹이 가임기의 여성에게서 발생 될 경우 크기가 크지 않다면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란 후에 생겼다가도 때가 되면 없어지는「기능성 낭종」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기가 크거나 생리를 1∼2회 거듭할 때까지 낭종이 없어지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낭종이다.
그 유형은 낭종 속에 머리카락·뼈 조각 등이 들어 있는 유피 낭종과 난소 표피의 조직에 이상이 있는 낭선종,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에 발생해 물혹처럼 자라나는 자궁 내막종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난소 자체가 약간 크고 난소 껍질이 두꺼워서 배란이 안되는 다낭성 낭종도 있다.
이러한 모든 낭종들은 양성 종양이므로 암처럼 다른 장기로 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는 암으로 진전되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난소 낭종은 대부분 특별한 증세가 없으므로 발견되기가 어렵다.
보통 자궁암 검사를 받거나 다른 이유로 내진을 받다가 발견되는 수가 대부분이다.
낭종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점점 커지면 증세가 나타나는데 터져서 출혈해 복강을 자극하거나 비틀어져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면 하복통이 오기도 한다.
때로는 생리가 불순해지며 더욱 오래 자라면 아랫배가 불러오기도 한다.
난소 낭종의 진단은 초음파 검사나 복강경 검사를 통해 하게 되며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간단하다.
5㎝ 이하의 크기라면 대부분 기능성 낭종이므로 자연 치료되는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경우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난소 낭종이 줄어들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크기가 5㎝ 이상이든가, 월경을 2회 거듭해도 없어지지 않으면 환자의 연령, 다음번의 임신 여부, 건강상태 등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또 폐경기 이후의 난소 낭종은 암일 확률이 높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증세가 심하고 크기가 큰데도 치료를 않고 오래 두면 양쪽 난소 제거술 혹은 자궁 적출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평소 하복부에 충만감이 있다거나 통증이 있으면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규칙적인 산부인과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안전하다.【박용균<고려대의대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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