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갤러리서 개인전 갖는 독 화가 일랴 하이니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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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도 우리나라처럼 곧 통일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13×6m의 대작「큰 문(Big Gate)」을 만들었습니다. 독일분단의 상징이 브란덴부르크 문인 점에 비추어 한국 고유의 천하대장군에서 힌트를 얻었지요.』
오는 31일까지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한국에 온 독일 신표현주의 회화의 기수 일랴 하이니히씨(40)는 동양에서의 첫 개인전이 한국에서 마련돼 기쁘다고 말한다.
이 전시회에는 그가 87년 이후 제작한 유화와 드로잉 1백30여 점이 출품됐다.
동독의 남부도시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하이니히는 유명한 표현주의화가 클라우스 푸스만 교수를 사사했으나 자신의 독자적인 새로운 표현세계를 이뤄냈다.
그는 사전에 계획 없이 회화적 영감을 거칠고 빠른 붓질과 강렬한 색채로써 즉발적으로 표현한다. 하이니히 자신은 이를『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검은색과 청색이 주조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붉은색·노란색 등이 자주 쓰이며 조형이 보다 강렬하고 복잡해졌다.
특히 그의 붓질은 동양서화의 운필을 연상케 한다.
『60년대 중반에 베를린에서 열렸던 중국과 일본의 서예전을 보고 강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직접 서예를 할 능력은 없지만 그 표현기법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이니히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기념 국제 현대회화제에『푸른 소년』(2.5×3m)을 출품하고 1주일간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표현이 비교적 조용하고 연약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좀 더 강렬한 표현과 문제제기가 아쉽습니다.』
그는 앞으로 한달 정도 머물며 전국의 문화현장을 답사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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