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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신승훈 10집 "발라드 넘어 음악인생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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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발라드의 황제'라는 꼬리표는 오히려 그에게 구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꼬리표는 1400만 장의 앨범판매량 등 큰 영광을 안겨다 줬지만, 그의 음악세계를 발라드로 국한시켜 놓기도 했다. 신승훈은 2년 반 만에 내놓은 10집 앨범 '더 로맨티시스트(The romanticist)'에서 음악 인생의 전환을 시도했다. 16년간 굴러온 '신승훈 표 발라드'라는 관성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 기자가 말하더군요. 20개가 넘는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당신이 왜 '발라드의 황제'인지 모르겠다고. 사실 저의 가장 큰 적은 제 목소리였는지도 몰라요."

신승훈 노래의 주조는 '눈물'과 '슬픔'이었고, 대중은 그의 호소력 짙은 애절한 창법에 열광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그는 타이틀 그대로 로맨틱한 감성을 변화된 창법과 다양한 장르(탱고.가스펠.스윙.재즈.아이리시 등)에 담았다. 발라드도 기타 발라드, 마이너 발라드, 재즈 발라드 등 각각 맛이 다르다. '이 세상 모든 레이디에게' 바치는 시리즈곡 네 곡(Lady.시간을 뒤로 걸어.지금 만나러 갑니다.못된 기다림)은 따뜻한 감성의 낭만주의자 신승훈을 세상에 알리는 구애처럼 들린다.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꽉 찬 앨범이라고 자부해요. 11곡을 직접 작곡했어요. 타이틀곡 하나만으로 나를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사랑과 현실에 힘들어하는 이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내용의 'Dream of my life'는 16년의 세월을 함께해 준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장차 그가 추구할 음악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편안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같은 노래요. 사랑도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이나 부모의 사랑 등 넓은 의미의 사랑을 노래할 겁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인생과 사랑, 희망 노래를 이제는 자신있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10집 앨범을 전환점으로 신승훈은 프로듀서.작곡가로도 활동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신승훈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번도 부르지 않은 미발표곡들이 제법 있어요. 저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제 노래를 접하면 '이런 신승훈의 음악도 있었구나'하고 놀라실 거예요. 사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신들린 듯 40곡 이상 썼답니다."

이번 앨범색깔과 어울리지 않는 '그랬죠'는 신승훈의 효성이 담긴 노래. 이번 앨범에 예전처럼 마음을 후벼파는 노래가 없다는 어머니의 불만을 듣고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의 소망은 자신의 아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보이지 않는 사랑'을 부르고, 이를 팬들이 축복해 주는 것.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최근 미국의 유명 기타브랜드 '펜더'로부터 기타를 선물 받은 그는 지난 주말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가진 콘서트 무대에서 이 기타로 '보이지 않는 사랑' 등 감미로운 발라드 선율을 선사했다. 1996년 무산됐던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그는 "좋은 음악은 가수 본인이 직접 곡을 쓰면서 나오는 것"이라며 "싱어송라이터가 존중받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정현목 기자, 사진=임현동 JES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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