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이냐 분해냐 논란|허드슨 강에 쌓인 화학폐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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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젖줄」허드슨 강의 정화문제를 놓고 미국전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뉴욕주 아디론덱스 산맥에서 발원, 물길을 열고 뉴욕항구로 빠져나가는 길이 4백80㎞의 허드슨 강은 20년 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떠다니는 쓰레기도 없고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모습도 거의 발견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해졌다.
그러나 허드슨 강은 강력한 독성을 지닌 천적의 위협으로부터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외견상 깨끗해 보이는 허드슨 강을 속으로부터 곯게 만드는 주범은 올바니 지방 북부에서 64㎞에 걸쳐 공장에서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PCB(폴리클로러네이티드 바이페닐).
발암물질로 널리 알려진 PCB는 절연체나 윤활제로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PCB의 과다사용으로 허드슨 강의 오염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뉴욕주 정부는 76년 허드슨 강 북부유역에서의 고기잡이를 전면 금지시키고 특히 강 전역에서의 줄무늬 농어잡이를 불법화하기에 이르렀다.
무색 무취의 PCB에 대한 유해론이 비등하자 77넌 모든 PCB생산공장은 PCB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허드슨 강 하상에 침전되어 있는 PCB퇴적층의 양은 약 25만 파운드(약12만㎏)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7일 마리오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새 정부의 PCB퇴적층 준설권을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환경단체에 승리를 안겨줬다.
왜냐하면 하상 준설공사를 벌일 경우 PCB를 집중방류한 대가로 수년간에 걸쳐 약2억8천만 달러(1천9백60억원)의 준설비를 부담할 위기에 몰려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강력한 로비활동을 통해 이 법안의 통과를 집요하게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GE는 지난 46년부터 76년까지 30년 동안 수십만t의PCB를 허드슨 강에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약18개월이 소요될 환경조사작업을 마칠 때까지 주 정부는 허드슨 강 정화작업을 전면 보류해야 한다.
환경보호단체들은 GE사가 한편으로는 강 정화작업을 지연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EPA가 허드슨 강 정화작업을 연방정부의 슈퍼펀드(화학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특별기금)로 추진하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슈퍼펀드로 강 정화작업을 벌일 경우 EPA는 합법적으로 관련당사자(이번 경우는 GE사)에기 경비를 징수할 수 있게된다.
그러나 EPA의 개입이 없을 경우 뉴욕 주 정부가 필요경비 일체를 모두 부담해야할 입장이어서 슈퍼펀드 채택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GE사는 자사가 강 정화문제를 방해해왔다는「깨끗한 허드슨 강 지키기 시민연합」(HRSC)측의 비난을 일축하면서 준설정화방식대신 하상에 침전돼있는 PCB외 생물학적 해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GE사의 잭 배티 대변인은『환경학적으로 가장 건전하게 허드슨 강을 정화시키는 길은 PCB분자를 잘게 분해해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지금도 자연적으로 서서히 PCB의 해독작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특수화학물질을 투여, 해독작용을 가속화시킨다면 허드슨 강 오염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들은 이 방안에 대해 냉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HRSC의 브리게트 바클레이 대변인은『이 시점에서 준설정화방법의 대안으로 그 같은 어처구니없는 방안을 내놓는 것은 완벽한 사기술』이라고 비난했다.
환경보호단체들은 준설식 제거방식이 문제를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즉 과거 EPA수퍼펀드어 의해 추진됐던 일리노이주 와키건 항구의 PCB준설사업, 매사추세츠 뉴베드퍼드·세인트로렌스 강 준설사업과 같이 PCB침전층을 파내 주변지역아 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립지에서는 수분이 제거된 PCB를 소각 처리해 생물학적으로 해독시키게 된다.)한치의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는 환경보호단체들과 GE사는 각자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EPA측에 대해 치열한 로비활동도 벌이고 있어 앞으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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