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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몸도 마음도 아픔 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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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로 출세했으니 저도 나라를 위해 한몸 바쳐야죠."

이천수(25.울산 현대)가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부상도, 여자친구와 이별도 훌훌 털어버리고 이젠 나라를 위해 한몸 바칠 참이다.

"대표팀에서 제가 출세한 만큼 아시안게임 대표 최고참으로 봉사하렵니다."

소속팀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면 FIFA 클럽 월드컵(12월10 ̄17일.일본) 출전권을 딴다. 이 대회엔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 나치오날(브라질)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세계적 명문팀이 출전한다.

팀도 팀이지만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천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아시안게임(1 ̄19일.카타르 도하)이 열린다. 아시안게임 대표 최고참으로 선발된 이천수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클럽 월드컵을 포기해야 한다. 어려운 선택일지 모르지만 그는 담백한 결론을 내렸다.스포츠칸이 이천수 선수를 인터뷰해 보도한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국가가 부르면 가서 최선을 다해야죠."

시원시원한 성격답다. 부상 때문에 3주간 쉬었던 이천수는 이제 "몸도 좋고, 마음도 편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복귀 시점은 18일 벌어지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전북 현대와의 2차전이다. 부상 치료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이천수를 14일 울산-제주 유나이티드전이 벌어졌던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만났다.

-몸 상태는.

"부상을 입었던 오른쪽 발목은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약 3주간의 휴식으로 몸도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18일 AFC 챔피언스 전북전 출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며 심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나와 여자친구 모두 하는 일이 있어 (헤어졌다는 사실이) 좀 늦게 알려졌으면 했다. (일부 보도가 됐는데) 아마도 여자친구 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몸도 좋고, 마음도 편하다."

-3주간 쉬면서 어떻게 지냈나.

"서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주로 집에 있었다.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무 좋았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지만 '이런 시간이 때로는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라고 느꼈다. 앞으로 부상을 입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푹 쉬었다."

-지금부터 12월까지 또 강행군이다.

"피곤할 때마다 발목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발목에서 물을 뺀 뒤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피곤할 때 통증이 계속됐고, 부위가 부어올랐다. 하지만 이번 휴식으로 인해 한동안 부상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최근 대표팀 경기를 보고 느낀 점은.

"축구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선배들이 "서른이 되면 축구가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나전에 출전했던 어린 선수들을 보며 선배들에게서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실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들과 똑같았다. A매치를 10경기 뛸 때까지 솔직히 공도 제대로 안 보였다. 하지만 A매치 50 ̄60경기를 경험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시리아전에서는 '킬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시리아처럼 잠그는 전술로 나오는 팀과의 경기는 쉽지 않다. 골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아시안 게임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

"발표 다음날에서야 알았다. 스폰서업체 직원이 전화해 "축하한다"고 말해 기사를 찾아보고 뽑힌 사실을 알았다. 감독님이 필요해서 뽑은 것 같다. 실력보다도 승부욕이 강한 나를 선택해 준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딴 지 오래됐고, 후배들은 군면제 혜택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해 돕겠다."

-고참으로 참가하는 첫번째 국제대회인데.

"(김)영광 등 애들하고 통화를 많이 하고 있다. 예전보다 후배들하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없으니까 고참들이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 축구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할 수 있도록 강해야 할 때는 '싫은 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참이다."

-내년 1월 해외진출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시안게임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그런 부분에서는 아시안게임보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FIFA 클럽 월드컵에 나서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개인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천수는 대표팀에서 이름을 알렸고, 2006년에도 대표팀에서 도약해 월드컵에서 골까지 넣으며 부활했다. 몸이 괜찮다면 국가의 부름에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FIFA 클럽 월드컵 출전이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내가 말하기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2006년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나서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제 거의 우승에 접근했다. 클럽 월드컵 출전권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도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없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팀에 속한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다툴 수 있는 기회인데….(이때 울산이 골을 터뜨려 이천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게 얼마만인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답답하다. 지금도 많이 뛰고 싶다. 대표팀 경기를 TV로 볼 때도 너무 뛰고 싶었다. 특히 시리아전은 더욱 그랬다. 예전 시리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기억도 있어 의욕이 생겼다. '10 ̄15분 정도는 무리해서라도 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18일 경기를 준비하는 각오를 들려 달라.

"팀에 합류한 지 3일 지났다. 몸은 100%에 가까운데 아직 체력적으로 부족하다. 출전 시간은 감독님이 내 몸상태를 점검하시고 결정하겠지만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단 1분이라도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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