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핵제재결의] 김정일 '호화판 생활' 끝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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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는 캐비아(철갑상어 알) 대신 김치를 자주 먹어야 할지 모른다."(AP 통신) "자녀들에게 더 이상 제트 스키를 사주기 어려워질 수 있다."(로이터 통신)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문에서 모든 사치품의 대북 금수를 명문화하자 외국 언론들은 이렇게 보도했다. 바닷가재와 캐비아,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수프, 프랑스산 고급 와인을 즐기는 김 위원장의 기호가 이번 유엔 결의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호화판 생활은 그간 탈북자나 외국 관리, 전속 요리사의 주장에 의해 간간이 외부에 알려져 왔다. 특히 2001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 대표는 '동방 특급열차(The Orient Express)'에서 그의 까다로운 입맛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당시 전용 열차 안에는 프랑스산 와인이 가득했으며, 살아 있는 바닷가재를 공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의 옴스크시에 들렀을 때는 현지에서 조달된 오이 절임(피클)이 러시아산이 아니라 조잡하게 만들어진 불가리아산이라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또 뉴스위크 도쿄지국장 출신의 브래들리 마틴이 쓴 '아버지 지도자의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서'에는 김 위원장이 와인 저장고에 포도주 1만 병을 모아놓고 있으며, 매주 샥스핀 수프를 즐겼다는 증언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 후지모토 겐지라는 가명의 일본인 요리사는 김 위원장을 위해 10년 이상 초밥을 만들었다며 "그의 연회는 종종 한밤중에 시작돼 아침에 끝났으며 나흘간 계속될 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먹을 체코산 맥주, 태국산 파파야, 이란산 캐비아, 중국산 멜론, 일본산 생선, 덴마크산 돼지고기 등을 사기 위해 현지로 출장을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전기를 쓴 마이클 버린(컨설턴트)은 탈북자의 증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위해 특별히 재배한 쌀을 여성들이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 밥을 짓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취향만 놓고 보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아가 횡행하는 나라의 지도자이면서 그렇게 한다는 게 역겹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도 1990년대 북한에서 200만 명이 기아로 숨지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이 이탈리아에서 피자 요리사를 초빙해 갔으며,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어보기 위해 중국으로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고 14일 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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