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ㆍ쓰레기로 위협받는 “원수”(수도물 마셔도 되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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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대강 고기 못살 정도로 오염/정부의 “맑은물 공급”공약으로
수도물 원수가 위협을 받고 있다.
산업화 진전에 따라 각종 공해물질ㆍ폐수 등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채 우리의 식수원인 강으로 마구 흘러들어 강물 오염도가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수도물을 공급하겠다고 당국이 국민들에게 단단히 약속한지도 1년이 지났건만 우리의 4대 젖줄인 한강ㆍ금강ㆍ영산강ㆍ낙동강 물은 개선은 커녕 고기가 점차 사라져갈 정도로 썩고있어 특별한 대책이 없는한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4대강 유역을 따라 자리잡은 크고 작은 도시나 주변 주민들의 상수원인 강물의 지난 1년간 정화노력은 어떠했으며 현재의 오염실태는 어떠한지 전국 취재망을 통해 긴급 점검해본다.
◇한강하류=서울주민중 상당수가 아직도 한강의 하류지역인 노량진ㆍ선유ㆍ영등포 수원지의 물을 마시고 있다. 이들 3개 수원지는 필요한 원수량중 32%를 현지 취수장에서 퍼올려 상류에서 보내온 물과 섞어 정수해 상수도로 공급하고 있다.
이 부근의 원수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3.9∼5.5PPM으로 3급수에 해당된다.
그만큼 이 지역물은 각종 생활하수ㆍ폐수 등으로 상류에 비해 많이 오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류에 있는 중랑천ㆍ청계천의 오수와 더 위쪽에 있는 탄천ㆍ왕숙천ㆍ경안천의 각종 폐수ㆍ생활하수가 별다른 개선대책없이 그대로 한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에 있는 나머지 여섯곳의 수원지는 팔당물을 끌어 쓰거나 잠실위쪽에서 취수하지만 팔당댐 역시 오염도가 더욱 가속,지난해 평균 BOD가 1.3PPM으로 1급수의 기준치 1PPM을 초과했다.
◇한강중류=1천5백만 인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하루 4백만t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는 팔당상수원의 수질은 2급수로 떨어졌다.
팔당호로 유입되는 북한강ㆍ남한강 상류에는 경안천ㆍ복하천ㆍ풍덕천ㆍ가평천 등이 흘러들고 이들 하천주변에는 2백31개소의 공장외에도 각종 축사ㆍ민가들이 있어 하루 생활하수 10만2천t(70%)ㆍ공장폐수 3만3천여t(23%)ㆍ축산폐수 1만t(7%) 등 모두 14만5천여t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소가 조사한 하천별 오염실태를 보면 이천의 복하천 하류의 BOD가 4월의 경우 최고 30ㆍ1PPM으로 적정치 10PPM의 3배에 달했고 경안천은 3월 최고 9.2PPM으로 위험수위에 달했으나 하류는 이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지역=대전지역의 주요 정수장인 회덕ㆍ송촌 정수장은 대청호물을 이용하고 있으나 최근 대청호물의 부영양화 현상등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대전시 산성정수장과 복수정수장도 인근 갑천과 유등천에서 취수하는데 유등천의 경우 상류인 안영리에 있는 유원지에서 행락객들이 마구 버리는 각종 쓰레기로 크게 오염되고 있으며 갑천주변도 생활하수로 심하게 오염돼 상수원으로서의 수질을 위협하고 있다.
◇영산강주변=호남의 젖줄 영산강(총연장 78.2㎞)의 경우 목포시가 지난달 23일 무안군 몽탄취수장의 수질 검사를 한 결과 BOD가 9.38PPM으로 허용기준치 6PPM을 크게 넘어서는 등 중ㆍ하류는 3급수 수준으로 전락했다.
영산강의 수질 오염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유역 6개 시ㆍ군(인구 1백67만6천명)에서 쏟아지는 하루 40만∼50만㎘에 이르는 각종 생활하수와 공장 및 축산폐수,농약으로 뒤범벅이된 농용수 등이 거의 정화처리되지 않은채 마구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상류=대구ㆍ경북지방의 상수원인 안동댐은 최근 안동대 생물학과조사팀(이희무교수)의 수질오염조사 결과 중금속인 납성분이 1급수 기준치 0.1PPM보다 높은 0.18PPM,부유물질은 8PPM,암모니아성 질소성분은 0.15PPM이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1급수에 미달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낙동강엔 대구시내에서만도 하루 생활하수 59만1천6백t과 공장폐수 10만1천4백31t 등 69만3천31t의 각종 폐수가 금호강을 통해 흘러들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의 상수도 취수원 주변인 경북 달성군 다사면과 화원면일대 강물은 새까만 빛깔로 변해 민물고기가 때죽음 당하고 악취를 풍기기 일쑤다.
또 낙동강 상류의 구미대교에도 구미시와 공단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 35만t,공장폐수 12만t,가축폐수 1만t 등 48만t의 폐수로 오염돼 86년 2.3PPM이던 BOD가 현재 3.2PPM으로 수질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낙동강하류=부산시 상수도원인 물금취수장 부근의 BOD 수치는 5.05PPM으로 껑충 뛰어올라 상수원수의 수질한계치 6PPM까지 접근하고 있다.
물금취수장은 78년 당시만해도 1.9PPM의 2급원수 수준이었으나 85년엔 4.24PPM으로 악화됐고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78년 1.43PPM에서 지난해엔 6.9PPM으로 높아져 2급 공업용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물은 감전ㆍ엄궁배수지 부근에 이르면 BOD가 1백55∼2백41PPM까지 올라가는 죽음의 물이 되고 만다.〈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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