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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조 부인 "임신 중 태아 살해 충동 느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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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용의자인 베로니크 쿠르조가 12일 프랑스 중부 투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오를레앙의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투르 AFP=연합뉴스]

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용의자인 베로니크 쿠르조(38.여)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살인 혐의로 수사판사(중범죄를 담당하는 검사격)에게 넘겨진 뒤 오를레앙의 구치소에 수감됐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베로니크는 경찰서에서 "세 차례에 걸쳐 내가 출산한 아기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정신감정 의뢰 예상=사건을 담당한 수사판사는 베로니크의 범행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만큼 전문기관에 정신 감정부터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단계 수사를 맡았던 필립 바랭 검사는 "베로니크가 '임신했던 태아들에 대해 어떤 강력한 충동을 느꼈으며, 이 충동으로 인해 아이들을 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베로니크가 이러한 끔찍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한순간도 양심의 가책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로니크의 변호인인 마르크 모랭 변호사도 "살해 동기를 말해줄 사람은 변호사가 아니라 정신병리학자"라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베로니크가 본격적으로 정신적인 취약성을 드러낸 것은 둘째 아이(10세)를 낳고 난 뒤부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당시 베로니크는 친구들에게 "외롭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일간지 르 피가로는 베로니크가 남편이 출근한 뒤 외출하지 않고 주로 혼자 집에서 미국 탐정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슬픈 영화를 보면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가족.친지.친구들은 베로니크가 평소 소심한 면을 보이긴 했지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외모 콤플렉스 있어"=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베로니크는 다분히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쉽게 주눅이 드는 스타일이었으며, 특히 자신의 뚱뚱한 몸매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거의 말을 걸지 않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르 피가로는 베로니크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결혼한 뒤에도 부부가 주로 시골 마을에 거주했다. 지금 쿠르조 부부가 살고 있는 프랑스 집도 인구 500명 정도가 사는 작은 시골마을 수비니드투렌에 있다.

베로니크의 친구 중 한 명인 발레리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로니크가 투르에 있는 대학에 다니다 학업에 취미를 붙이지 못해 중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로니크는 한국에 온 뒤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교에 나가 봉사활동도 했고, 요가로 심신을 단련하기도 했다.

?남는 의문점=우선 남편 장루이 쿠르조의 연루 여부다. 아무리 출장이 잦았다고 해도 어떻게 부인이 세 번이나 임신하고 출산을 했는데 이를 까맣게 모를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검사는 남편에 대해서도 살인 공모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베로니크는 프랑스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나는 아이들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 시기를 놓쳤거나 ▶외도를 한 베로니크가 출산 뒤 엉겁결에 아이들을 숨지게 했거나 ▶부부간 불화 끝에 남편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기 위한 의도였거나 ▶산후우울증에 따른 심리적 불안상태에서 나온 범행이라는 다양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베로니크가 왜 시체를 즉각 처리하지 않고 3년 가까이 집 안에 보관했는지도 미스터리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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