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내 아이에게 아름드리 나무 그늘을 꼭 선물하고 싶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사막에 숲이 있다
이미애 지음, 서해문집
200쪽, 8500원

스무 살 꽃다운 여인이 황사의 진원지인 마오우쑤 사막 한가운데에 뚝 떨어진다. 풀 한 포기 없는 모래땅, 모래더미에 반쯤 묻힌 움막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인위쩐이 바이완샹에게 그렇게 시집 오던 20여 년 전 봄날, 통곡하는 여자 옆에서 남자도 눈물을 훔쳤다.

"제발 울지 말아요. 나도 사막이 무섭다고요."

여자는 꽃을 심자고 했다.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을까요?"

부부는 길도 없는 사막 70리를 건너 구한 묘목을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사나운 모래바람에 가까스로 심어놓은 나무는 전멸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부부는 나무 심기 노하우를 터득해 나간다.

모래 바람에 맞서 싸우느라 인위쩐의 얼굴에서 아리따운 처녀적 흔적은 사라졌다. 첫 아이를 조산하고, 둘째는 유산했다. 하지만 출산, 혹은 유산 뒤에도 몸을 제대로 풀기는커녕 삽을 들고 나무 심기에 나섰다. 아이에게 아름드리 나무 그늘을 선물하려는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여 년간 그녀가 심은 나무 수만 80만 그루에 달한다. 사막 1400만 평이 부부의 손끝에서 오아시스로 거듭났다.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 따위를 만들어대느라 잘려나간 나무들, 인간 때문에 불모지가 된 땅을 부부가 되살려낸 것이다.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을 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나무젓가락 하나라도 소비하기만 했지, 무언가 가꾸고 살려낸 적이 있었던가. 모래바람과 강한 태양에 적응하며 나무를 심느라 눈이 가늘어지고 온몸은 거북 등딱지처럼 단단해진 인위쩐, 그녀에게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읽는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