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다 전기 폐업 맞서 승리 쟁취한 노조위원장 정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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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투쟁은 한국 수미다 전기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자본가에게 짓밟힌 한국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한국인의 자존심을 걸고 투쟁한 것입니다.』
회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에 맞서 조합원 1백여명과 함께 2백38일 동안 외로운 투쟁을 이끌어 끝내 일본자본가를 굴복시킨 마산수출자유지역 한국수미다 전기 노조위원장 정현숙씨(24).
작년 10월14일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과 함께 근로자 4백50명을 해고한 뒤 일본으로 잠적한 일본 자본가를 동경 수미다 전기 본사로 찾아간 정 위원장은 회사측과 30여 차례 협상을 벌여 일본 수미다 전기로부터 일방적 폐업 및 해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밀린 임금·퇴직금은 물론 끝까지 투쟁을 벌여온 조합원 91명에 대한 생계 대책비 3억9천6백만 원을 받아내 비도덕적인 외국인 투자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
정씨는 86년5월 한국 수미다 전기에 입사, 기능공으로 일해왔다.
평범한 여성 근로자로 착실히 직장 생활을 하던 정씨는 87년8월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에 가입, 대의원과 쟁의 부장직을 겸임하면서 부당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임금 문제는 해결됐지만 당초 희망했던 조업 재개를 이끌지 못하고 폐업으로 마무리 지은게 가슴아프다』고 말한 정씨는『정부의 외자 기업에 대한 대책 마련과 조합원들의 타 기업 취직이나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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