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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포먼 KO주먹 "건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세살난 손녀를 둔 42세의 할아버지 복서 조지 포먼 (48년1월22일생)이 「돌아온 장고」처럼 10년만에 머리를 박박 깎고 링에 컴백한 후 연전연승, 매직 펀치 (신비스런 주먹)를 휘두르고 있어 외경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WBC 헤비급 7위에 올라있는 포먼은 지난달 17일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벌어진 논타이틀 전에서 브라질의 애딜슨 로드리게스 (31·WBA 10위)를 단 2회에 캔버스에 뉘어 경탄을 불러일으켰었다. 무하마드 알리와슈거 레이 레너드의 트레이너로 유명하며 로드리게스의 세컨드를 본 앤젤로 던디는 『포먼의 힘은 신비스럽다. 링 위에서의 포먼은 로드리게스보다 더 젊어 보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포먼은 오는 12월말께 나이로 치면 아들 뻘인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 (23)과 최소한 5백만 달러 (약 5억원) 이상의 대전료가 확보된 한판 승부가 예정돼 있어 앞으로 계속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됐다.
헤비급 사상 최고령 챔피언은 지난 51년 37세의 제시조 윌코트가 에자드 찰스를 7회 KO로 누르고 타이틀을 획득한 것이다. 윌코트는 한차례 타이틀을 방어한 후 이듬해 로키 마르시아노에게 13회 KO패, 타이틀을 뺏기자 53년 39세로 은퇴했다. 또 30, 40년대를 풍미한「갈색의 폭격기」조 루이스는 프로 생활 17년 동안 25차례 타이틀을 방어하며 51년 37세 때 링을 떠났다.
세 차례나 헤비급 왕좌에 오른 「복싱 천재」알리는 자년 39세로 완전 은퇴 선언을 했다. 그러나 프로 복싱 1백년 사상 가장 많은 나이로 복싱을 한 선수는 49세 때까지 글러브를 낀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치 무어.
현재 77세로 생존해 있는 무어는 포먼과 20년 가까이 친교를 맺고 링 밖에서 기술적 조언 등 훈련을 도와 눈길을 끌어왔다.
무어는 복서 생활만 31년 동안 계속하며 65년 은퇴할 때까지 물경 2백34전 (1백45KO승 포함 1백99승8무27패)을 치렀다. 특히 무어는 42세 이후 38승 (25KO) 2무3패를 기록했는데 이중 패한 상대가 한 체급위인 헤비급 챔피언들인 로키 마르시아노, 플로이드 패터슨, 알리 등 당대에 내노라하는 복서들이다.
한국 복서로는 60년11월 동양 복싱 연맹의 첫 챔피언 (주니어미들급)인 부자 복서 강세철이 66년7월 이안사노에게 판정패, 링을 떠날 때의 나이가 39세로 최고령 복서의 기록을 갖고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 22전승 (21KO)을 기록하고있는 포먼의 매직 펀치는 어데서 나오는 것일까. 10년만에 대머리로 링에 복귀한 사연은 무엇이며,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또 과연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주먹만큼 그에 대한 궁금증은 무수히 많다.
포먼은 20세 때인 68년 멕시코 올림픽 복싱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휴스턴 뒷골목의 불량 소년이었던 포먼은 65년 직업소년단에 들어가 벽돌쌓기 등 목수 일을 배우다 천부의 주먹을 살려 66년부터 복싱을 시작, 3년만에 위업을 이룩한 것이다.
68년 당시 미국 내에선 흑백 인종 싸움이 치열해 흑인들은 육상등 각 종목 시상 때마다 성조기와 미국 국가를 의면, 주먹을 휘두르는 등 반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포먼은 시상대에서 소형 성조기를 흔들어 미국인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이듬해 프로에 데뷔한 포먼은 닥치는 대로 KO승을 거두며 연전연승, 73년1월22일 알리를 이긴 챔피언 조프레이저를 여섯 차례나 다운시키며 2회 KO로 제압, 세계 복싱계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타이틀을 획득했다.
두차례 방어전을 각각1, 2회 KO로 장식한 포먼은 74년10월30일 아프리카킨샤사에서 병역문제로 갈팡질팡하던 알리에게 8회 KO패함으로써 또 한번 링계를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때의 패배에는 승부 도박을 하는 마피아가 개입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포먼은 77년3월 지미 영에게 12회 판정패한 후 홀연히 링을 떠났다. 이때 그의 전적은 45승( 42KO)2패.
은퇴 후 포먼은 곧 휴스턴에 교회를 짓고 신앙 생활에 빠져 간증하며 전도사로 활동했다. 또 그는 체육관을 운영하는 동생 로이의 충고를 받아들여 불량 소년들을 선도하기 위해 교회근처에 청소년센터를 만들고 복싱·농구 등 운동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해주었다.
이같이 전도사와 사회사업을 함께 하며 10년을 지내자 포먼은 복싱으로 모은 돈을 모두 써 버리게됐다. 절박한 사정을 맞게된 포먼은 결국 글러브를 다시 끼게된 것이다. 다행히 그는 그 동안 술·담배·여자를 멀리하고 청소년들과 운동을 같이 해와 체력만은 30대를 뺨칠 정도였다.
이제 포먼은 오는 9월9일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다미아니만 이기면 일확천금이 걸린 타이슨과의 한판 승부를 펼칠 수 있어 소기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세계 복싱팬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포먼의 매직 펀치가 쉬지 않고 작렬할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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