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인삼엑스포 '인삼밭·인삼딸' 최고 연출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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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크기의 초대형 산삼, 춤추는 모습의 인삼, 미스코리아로 붙여진 인삼, 수중발레를 하는 인삼'

오는 15일 폐막을 앞둔 2006 금산 세계인삼엑스포장 내 전체 6개의 전시관 중 주제관인 '생명의 뿌리 인삼관'은 빼놓아선 안될 '엑기스' 전시관이다. 인삼의 탄생과 효능을 비롯한 인삼산업의 현주소까지 '인삼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집약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볼거리로 '생명의 뿌리 인삼관'은 개장부터 가장 인기가 좋다. 하지만, 진짜 볼거리는 따로 있다. 바로 이 전시관의 입구에 자리잡은 '인삼밭'이 그것.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인삼딸(열매)이 주렁주렁 매달린 살아있는 인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아기부터 개화기, 성숙기, 수확기, 월동기까지 살아있는 인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프미러 기법을 사용, 관람객들을 광활한 인삼밭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이번 2006금산세계인삼엑스포에서도 '인삼밭과 인삼딸'이 기자단 선정 최고의 전시연출물로 뽑혔을 정도다.

3년 이상 된 인삼의 초록 꽃 모양으로 맺은 열매가 서서히 빨간색의 인삼 열매로 변하는데 이것을 '인삼딸'이라고 부른다. 언뜻 보아서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지만 그 속에 감춰진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면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조직위는 인삼엑스포의 성패 여부가 인삼줄기 맨 꼭대기에 맺히는 열매인 '인삼딸'의 적기(適期) 전시연출 가능 여하에 달렸다고 보고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통상적으로 7월 중순에 만들어지는 인삼딸의 결실시기를 2개월여 늦추라는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위 전시팀(팀장 우종현)은 지난 5월부터 다단계 생육조절 작전에 들어갔다. 전시팀은 하루가 멀다하고 현지 출장을 다녀왔고, 냉풍기를 돌리기 위해 한전의 협조를 받아 야산에 전기를 끌어들이는 비상조치도 취했다. 이른바 '억제재배' 기술. 금산에서 노지재배해온 4년생 인삼 3200뿌리를 캐내 저온저장고에 2개월동안 보관하면서 생육속도를 늦췄다. 이 인삼들은 지난 7월초 다시 화분에 이식, 전북 무주군 안산면 고랭지로 보내 외부온도 적응을 시켰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복병은 폭염. 전시팀 관계자는 "지난여름 폭우에 이어 한 달 여 계속되는 초고온과 열대야 현상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같은 개화시기 조절 전시기법은 지난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때도 화제가 됐지만 이번 기술이 '한 수 위'로 평가받고 있다. 안면도꽃박람회 당시는 유채꽃 등 초화류가 조기 개화될 것을 우려해 꽃대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7 ̄15일 가량의 개화시기를 지연할 수 있었지만 인삼딸은 결실지연 시기가 두 달 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술을 성공시킨 전시팀은 "인삼에서 만날 수 있는 인삼딸을 보며 관람객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금산=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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