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핀란드 장관 "러시아 언론자유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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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진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콥스카야(48)의 죽음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체첸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압적 정책을 거세게 비판해 왔다.

독일을 방문 중인 푸틴은 전날에 이어 11일(현지시간)에도 "살해의 배후에 있는 자들을 반드시 찾아 처벌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반정부 언론인 살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의혹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푸틴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며 "러시아 언론 자유와 관련,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핀란드의 파울라 레흐토마키 유럽사무장관도 11일 "그의 피살은 러시아 언론 자유의 심각한 후퇴"라고 말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국경 없는 기자회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비판 언론인 '노바야 가제타'에 기사를 실어온 폴리트콥스카야는 7일 모스크바 시내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체첸에서 벌어진 고문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 싣기 이틀 전이었다.

그날은 푸틴의 54회 생일이었다. 이 때문에 푸틴 지지자들이 반정부 기자를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살해 배후에 러시아 대통령궁이 관련돼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작가인 빅토르 에로페예프는 "지난 7년간 비판을 제한해 온 러시아 정부가 마침내 확실한 승리를 즐기고 있다"며 "폴리트콥스카야 같은 사람은 거의 멸종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폴리트콥스카야의 장례식에 어떤 정부 관계자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마치 소련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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