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중 정상회담, 유엔 등과 보조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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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8일 중.일 정상회담과 9일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동북아 3국 간의 마지막 정상회동이다.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의 의견이 엇갈리는 시점이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것은 노 대통령이 보여준 불투명한 태도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던 태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양국의 입장은 주변의 어떤 나라보다 일치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군사적 제재는 배제하고, 경제적 제재를 하더라도 봉쇄 같은 강경조치보다 제한적으로만 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11일 워싱턴과 모스크바에 특사로 보낸 것도 주변국들에 북한의 뜻을 전하고 대북 제재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3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올 수 있다. 대북 제재라는 국제적 흐름과 한.중 정상의 공동발표가 서로 대척적인 축을 형성하는 모양이 된다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중국(39%)과 한국(19.6%)이 북한의 대외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60%나 돼 경제 제재의 효과는 두 나라의 협조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노력으로 비쳐 우방들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북한이 비대칭적 무력인 핵무기를 갖게 되면 우리가 핵무장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의 핵우산을 쓸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긴요하게 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 정상이 인식을 공유해도 어차피 유엔의 결의와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양 정상이 충분한 의견 교환은 하더라도 합의문은 원칙적인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무런 수단도 없이 국제 여론을 거스르는 것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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