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속기 귀재 뤄시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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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 ● . 백홍석 4단

뤄시허(羅洗河.29) 9단은 지난해 우승자다. 하도 속기여서 제한시간을 다 쓰는 법이 거의 없는, 그래서 초읽기에 몰려본 적이 거의 없는 기사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그래서 판이 절반도 가기 전에 100% 초읽기에 몰리는 조치훈적 승부관에 비춰볼 때는 '이상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런 뤄시허가 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그 승부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올해는 첫판(32강전)에 한국의 윤준상 4단을 만나 백으로 불계승했다. 그 다음 16강전 상대는 국제무대의 무명선수라 할 백홍석 4단. 20세의 신예 백홍석은 첫판에서 일본의 김수준 7단을 꺾었다. 김수준은 조치훈 9단의 수제자로 일본의 신인왕에 올랐던 유망주다.

장면1(34~39)=백을 쥔 뤄시허가 34에 붙이고 36으로 끊는다. 백홍석이 37로 뻗자 38의 단수. 여기까지는 이창호-이영구가 맞선 왕위전 도전기와 똑같다. 백은 이제 A로 막아야 할까, B로 막아야 할까.

참고도=왕위전에서 이영구 5단은 백1로 막았고 결국 귀를 크게 내줘야 했다. 평가는 나빴다. 상변을 부수는 데 집착해 쌈지 뜬 모양이 되었고 실리 손실이 너무 컸다는 비판이었다.

장면2(40~48)=뤄시허는 인터넷을 통해 왕위전 기보를 봤던 것일까. 그는 40쪽에서 막은 뒤 42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백은 이제 양쪽으로 갈라진 백을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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