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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동산 고삐 은행에 맡긴다/여신운용법안 논란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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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통위 「포괄명령」삭제 건의 수용/금융기관들 자율저해 우려 반발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의 부동산취득등에 관한 여신운용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이 법안에 대한 재무부의 자문요청에 대해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25일 「원칙적 지지」를 담은 답신서를 보냈고 재무부는 그동안 금융계가 보여온 반발과 금통위의 답신등을 고려,논란의 초점이 돼 왔던 재무부장관의 포괄적명령권을 삭제하는등 일부내용을 수정,26일 경제차관회의 의결을 받았다.
금통위가 재회의를 여는 등 진통끝에 낸 답신서의 골자는 총론적 필요성은 인정하나 각론상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답신서에서 금통위는 『기업들의 과다한 부동산보유와 타기업출자를 억제하고,특히 금융기관의 여신이 이에 간접적으로라도 이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입법조치』라고 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부적으로 간여하거나 승인 및 제재조치의 타당성을 금융기관에 대해 문책하게 되면 결국 금융의 자율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재무부장관에게 포괄적인 명령권을 부여한 것은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삭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금통위는 이에 따라 앞으로 후속조치에서 ▲금융기관의 승인업무는 제재조치는 그 시행을 금융기관에 대폭 위임하고 금융기관에 문책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대출심사기준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하며 ▲이 법이 대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만큼 대통령령제정시에도 금통위의 자문을 거칠 것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재무부장관의 명령권을 삭제하고 당초 금융감독기관의 개념에 함께 포함시켰던 금통위를 별도로 규정했으며 기타 사항도 앞으로 대통령령제정등 법률시행과정에서 반영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재무부와 금통위의 화답과는 달리 금융기관의 불만은 가시지 않고 있다.
금통위는 이례적으로 답신서에서 『이 법안의 내용이 대부분 현행 여신관리제도에 의해 시행되고 있어 법제정의 실익은 없으면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있어 법률제정의 필요성이 없다는 소수의견이 있었음을 참고로 밝혀둔다』고 부기했는데 사실상 이같은 분위기가 금융기관에서는 일반적 반응이랄수도 있다.
여신운용법에 대한 금융계의 반발은 금융기관이 현실적으로 기업의 부동산을 일일이 챙길만한 능력이 없고 상업금융기관이 정부의 법집행을 대리시행,준정부기관화될 뿐더러 고객을 상대로 법집행을 해야하는 무리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얘기냐는 것이었다.
이같은 문제는 결국 관계법이 시행될 경우 자칫 하다가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로 확대,세찬 반발로 이어졌다.
재무부로서도 여신관리를 법률로 묶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현행 관계 규정으로도 법적해석이나 운용상 문제가 없다는게 기본입장이었다.
그러나 5ㆍ8조치이후 기업등에서 이 조치의 적법성문제가 제기되고 민자당이 투기억제 특별법 제정등을 들고나오자 은행여신에 관한 「칼자루」가 재무부에 있음을 확실히하기 위해서는 「분위기」에 맞춰 법률을 제정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재무부로서는 법률시행에 금융기관이 지적하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부동산소유가 사회적 핫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의 무리를 감수하고라도 법률제정은 불가피하며 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그래도 기업사정을 잘 아는 금융기관밖에 더 있겠느냐는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가 기업의 부동산소유를 규제하는 법안작성에 들어가면서 국세청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에 맡길 경우 「역기능」이 더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의 기능과는 전혀 다른 기업부동산규제를 떠맡게된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재무부도 이 법안은 「떫은감」인게 분명하다.
그러나 26일의 차관회의에서도 보다 강력한 정부규제를 주장하고나선 정부전체의 분위기나 정치권의 생리로 볼때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의 금융가는 어수선해질 전망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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