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화장품 피부질환 부를 우려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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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분별한 외제선호사상으로 외국화장품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가짜 외제화장품까지 시중에 무더기로 나돌아 여성소비자들의 분별있는 화장품구매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얼굴에 맞지않는 외제화장품을 써 미용효과는 커녕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 무조건 외제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자기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89년 국내 30개업체의 외제화장품수입액은 7백90만날러(약55억원)로 88년(3백95만달러)에 비해 2배가 증가했으며 86년(86만딜러)에 비해 무려 9배이상이 늘어난 셈. 올해에는 수입액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최근 가짜 외제 랑콤화장품·카바마크파운데이션등을 무더기로 제조·판매해온 악덕상인들이 잇따라 적발돼 진짜든 가짜든 외제화장품을 쓰는 여성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 김종갑교수(약학과)는 『백인과 한국인의 피부는 사뭇 다르며 피부에 영향을 주는 식생활도 틀려 화장품도 그에맞게 선택해야한다』며 『서양인들은 피부에 흑갈색색소인 멜라닌을 없애는 효소가 동양인에 비해 2배 많으며 피부로부터 지방이 많이 분비돼 곰팡이균등에 의한 피부병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즉 한국인들을 위한 화장품이 건성피부와 보습효과쪽에 신경을 쓰는반면 서구의 화장품은 피부의 지방성분과 깊숙이 스며든 노폐물 제거쪽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몇가지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는가에 따라 화장품의 질이 달라지는데 일반여성소비자들은 화장품의 질을 단순히 냄새나 색상으로 판가름하는 경향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대부속병원 피부과의 경우 89년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염환자가 모두 5백13명이었다.
이병원 최혜민교수(피부과)는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염은 향료·방부제·색소등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설사 좋은 외제화장품이라도 평소 안썼던 것인데다 특히 공급원이 뚜렷하지 않아 이것저것 쓸 경우 접촉성피부염·전신발진등의 알레르기 현상이 잘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국 주부교실 중앙회 소비자보호부 고성아부장은 『최근 집근처 미장원에서 로션·크림등 외제화장품을 쓰고 얼굴피부가 푸르둥둥하게 변해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하면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문제가 많은 국내외 화장품 20종의 성분검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화장품관계전문가들은 국내소비자들이 외제화장품을 선호하는 부분적인 요인은 일부 국산화장품의 터무니없는 과장광고와 내용물이나 성분·주의사항·제조일자등을 전혀 표시하지 않는 무성의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국산화장품에는 내용물 표기가 없어 어떤 성분에 의한 부작용인지 환자에게 알려주기 힘든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교수는 『외제화장품의 경우 특히 제조일자가 명시돼야 제품변질로 인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관계당국이 40∼50가지 원료가 든 화장품을 서류로만 검토해 인정하고 있는데 제조회사가 상품을 만든 6개월∼1년후 제품을 수거, 물성검사를 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화장품을 쓸때 귀뒤나 팔안쪽에 하루 두차례씩 4일정도 발라 관찰한 후 이상이 없으면 사용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 문제가 없었던 같은 화장품을 계속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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