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경은 자수 안하면 못잡나”/증인 살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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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주범 12일만에 스스로 나타나/“공권력 도전” 추적에 실패/5천명이 1백여곳 뒤져 허탕/변운연 검문 한번도 안받아
【장성=이철호ㆍ고대훈기자】 법정증인 보복 살해사건은 변운연씨(24ㆍ전과6범ㆍ주거부정)가 사건발생 12일만인 24일오후 자수해옴에따라 사실상 해결됐으나 수사 및 검거과정에서 검찰ㆍ경찰의 공조체제에 허점을 드러내 많은 교훈을 남겼다.
검ㆍ경은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이례적으로 연수사인원 5천여명을 동원,연고선 1백여곳 등 예상은신처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범인 3명중 2명을 비롯한 배후인물 등 대부분이 자수함으로써 범인을 추적,붙잡는데 실패했다.
또 범인 변씨는 경찰이 포천 해룡산일대를 수색하고 있을때 서울로 잠입,단한번도 불심검문을 받지않아 검거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재입증했다.
변씨는 24일오후 검찰에 자수의사를 밝힌뒤 전남 장성군 장성읍 금천리 1049 고향집에서 경찰에 연행돼 25일오전 서울로 압송됐다.
조사결과 변씨는 포천에서 달아난직후 혼자 서울로 잠입,심야이발소에서 2박한뒤 자수직전까지 내장산에서 8박9일동안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으나 단한번도 검문검색을 받지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변씨는 보량파ㆍ동화파 등 배후로 밝혀진 폭력조직에 대해서는 관련여부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ㆍ경찰은 변씨를 이날 폭행치사 등 혐의로 일단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배후에 대해 집중수사하고 있으며 남은 범인 김대현씨(25)도 곧 자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수=변씨는 24일 오후6시30분쯤 장성군 장성읍 장안리 당숙(61) 집에서 서울지검 동부지청 서우정검사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자수하겠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뵙고 싶으니 고향집에 잠복중인 형사들을 집밖으로 철수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변씨는 오후7시20분쯤 집에 나타나 아버지(57ㆍ농업)ㆍ동생(18ㆍ고3)을 만나던중 대기중인 장성경찰서소속 형사대에 연행돼 철야조사를 받은뒤 25일 오전9시쯤 수사본부인 서울 동부서로 압송됐다.
◇도주ㆍ은신=13일오후 범행직후 고향선배 나천권씨(37ㆍ구속)로부터 20만원을 받아 수배중인 공범 김씨 등과 함께 포천으로 달아난 변시는 14일오후 검찰수사관들이 보량식품공장을 덮치자 이날낮 자신을 찾아온 조유근씨(27ㆍ구속)의 소나타승용차로 혼자 의정부전철역 앞으로 달아났다.
변씨는 차를 버린뒤 전철로 오후9시쯤 영등포역에 도착,사촌형 변인연씨를 만나 10만원을 받고 택시로 서울 석촌동 자취방 부근으로 가 심야이발소에서 1박했다. 이어 15일낮 고향후배인 김명수씨(22)에게 『1백만원을 마련,독산동으로 나오라』고 전화한 변씨는 경찰의 잠복을 우려해 약속장소로 가지않고 오후7시쯤 고향후배 정모군(19)을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찾아가 도피자금 50만원을 받은뒤 잠실소재 이발소에서 하룻밤을 더 지냈다.
변씨는 16일 남대문에서 텐트ㆍ버너 등 등산장비를 구입한뒤 오후2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정주에 도착,쌀 등 식량을 사 택시로 내장산중턱 내장사에 도착해 2.5㎞ 떨어진 등산로 부근에서 야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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