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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리스크 줄여라' 기업들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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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한 9일 오후부터 삼성그룹의 경영 사령탑 격인 전략기획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획팀은 국내외 언론 보도, 그룹 소속 '정보맨'들이 수집한 각종 정보, 일본.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 올라온 해외 동향 등을 취합해 사태의 파장과 대응방안 등에 관한 긴급 보고서를 만들어 그룹 수뇌부에 전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사태 전개 시나리오별 환율.금리 전망 등을 담은 20여 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전략기획실에 넘겼다.

긴박한 상황은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현대.기아차그룹은 16일 정몽구 회장이 주재할 수출전략회의를 앞두고 긴장에 휩싸였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해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환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부서별로 자료 수집 및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들이 '핵 변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추가 핵실험 여부, 미국의 대응 방향 등 '안개 속 상황'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다음달 확정 예정인 내년도 사업계획을 당분간 미루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SK㈜와 LG화학, 삼성토탈 등 주요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들은 추후 돌발변수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해 원유 공급 장기 계약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해외 매출이 높은 전자업계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내년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핵실험 파장에 따라 기업들이 예정했던 행사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한화는 주말인 14일과 21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세계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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