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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임신과 약물복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첫아기를 가진 신혼주부 P씨(23)가 진찰실을 찾았다.
이 임산부는 『임신한 것을 모르고 초기에 감기약을 먹었다』고 호소하면서 먹다 남은 가루약을 필자에게 내밀었다. 가루약이라 종류를 알 수 없었지만 복용시기와 양으로 판단할때 큰 이상이 없을 것 같아 계속 아기를 갖고 있게 했다.
몇달후 P씨는 무사히 아기를 출산했다. 안심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아기의 손가락·발가락을 유심히 살펴보는 그녀를 보고 『하드웨어 아무 이상 없다』고 농담하자 그제서야 안심하는 눈치였다.
여성들은 임신중 약물복용이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어떤 주의를 해야하는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등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형아는 유전적 요인으로 많이 나타나지만 약물복용·감염·방사선노출등 환경적 요인으로도 발생하는데 이중 약물복용으로인한 신생아기형은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기형의 형태는 선천성 심장병·언청(토순)·구개파열·여섯손가락 등이다.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 어떤약을, 얼마나 복용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개인적 반응정도에 따라서도 틀린다.
태아가 모체에서 신체장기를 형성하는 시기는 임신초기다. 즉 마지막 월경시작일로부터 31∼71일사이에 장기가 형성되는데 이때 약물·방사선의 영향을 받으면 위험하다.
31일째에 가까운 전기엔 심장·신경계통 이상이 생기기 쉽고 71일째에 가까운 후기엔 귀·입등이 영향을 받아 언청이나 혹이 나타나기 쉽다. 만약 31일 이전이라면 아무 이상이 없거나 유산되거나 한다. 또 71일째 이후의 약물복용은 장기의 구조상 이상은 없지만 크기가 작아지는데 뇌 발육이 좋지못한 소두아도 이 시기중 기형의 하나다.
그러므로 임신중 약물복용은 매우 주의해야한다.
기형아발생 약제의 한예로 미국에선 임신 초기 오심·구토를 예방하는 「B」라는 약이 최근 기형의 원인이 될지 모른다 해서 생산 중지되기도 했다.
또 과거 유산방지약으로 생각되던 에스트로겐 제제의 일부는 다음세대가 딸일 경우 질내 종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진통제의 경우도 가능한한 안쓰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한 경우 아세트아미노펜계통 제제인 타이레놀을 사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또 여드름치료제인 「R」이라는 약도 선천성기형과 관련된 물질이다.
이와같이 환경요인으로 발생하는 기형을 예방하기 위해선 임신을 계획하고 있을때 미리 약물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참고로 초음파검사는 장기모양의 일부 결함을 알아내고 양수검사는 염색체 이상·신경계 질환만을 진단할뿐 선천성 기형은 알아내지 못하므로 큰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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