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자유중국/격변하는 현장에 가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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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든 폭력배… 치안 “몸살”/본토와 해상 인신매매까지/“사고없으면 된다” 교통질서 무법천지/공원등 위락시설 최고급… 이용도 무료
【이춘성특파원】 대만의 치안은 부재상태다.
폭력조직은 권총은 물론 경기관총으로까지 무장되어 있다. 1930년대의 시카고시대 마피아를 연상시킬 정도다.
대북당국의 발표로도 지금까지 적발된 총기소지 건수가 무려 5천건을 넘고 있다.
49년 천도이래 민생제일의 정책으로 강력하다 못해 무시무시할 정도의 강압통치를 해왔던 장제스(장개석)총통과는 달리 점진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했던 장징궈(장경국)총통이후 「철옹성 치안」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본토 중국과의 밀교역이 성행,80년대 중반부터 각종 무기류가 흘러들면서 이같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다.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이 점증하고 있는 폭력범죄 근절을 위한 전국적인 치안점검에 무장군인동원령을 내린 점만으로도 대만치안의 현주소를 쉬 짐작할 수 있다.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을 느껴 취한 불가피한 조치인 것이다.
지난해 대만의 폭력건수는 5천8백39건으로 전년대비 23%가 늘었다. 이중 70여명의 흉악범은 처형됐다. 그럼에도 불법적인 총기소지와 밀수ㆍ살인ㆍ납치ㆍ강도 등은 날로 증가추세에 있다.
쉬수이더(허수덕) 내정부장(내무부장관)은 이와 관련,폭력범죄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불법무기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폭력조직은 마약은 몰론 인신매매에도 깊숙히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시 홍등가에는 본토에서 「밀수입」된 윤락녀들이 적지않다는 사실은 대만에서는 이제 더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본토와 대만의 인신매매단이 상호 물물교환의 형태로 납치한 여성들을 공해상에서 맞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층의 범죄연령도 연소화추세에 있다.
최근 대북시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의 범죄연령은 3,4년전의 17∼18세에서 14∼15세로 낮아졌다.
대만의 성인들은 이발청에서,청소년들은 MTV에서 별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만에는 교통질서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자동차든 행인이든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되는게 아니냐는 생각들이다. 이를 두고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곳은 자유중국이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린다.
교통무질서는 인구 3백만명의 수도 대북시에서 극치를 이루고 있다. 승용차등 각종 차량이 50만대를 웃돌고 오토바이가 무려 1백20만대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
특히 거리의 무법자인 오토바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타고다니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이는 가격이 3만∼3만5천 대만달러(80만∼90만원)로 소형 승용차의 35만 대만달러(9백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다.
대만의 교통무질서는 주차에서도 드러난다. 건물앞마다 「주차금지」의 반사정도 팻말들이 나붙어 있지만 막무가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드라이버는 몰론 택시 운전사조차 별로 짜증을 내지 않는다.
또 한가지 대만의 밝은면은 사회 공공시설.
공원등 위락시설은 세계최고의 수준에 손색이 없으며,시설이용은 완전무료다. 이 시설들은 24시간 개방되어 노인정으로,유치원 실습장으로,사교댄스장으로,헬스클럽으로,야외 음악당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는 고 장개석총통이 국민들로부터 정치의식을 배제시키면서 병행한 완벽한 사회시설의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대만인들은 새벽 5시면 가족단위로 공원으로 몰려든다.
공원에 도착하면 태극권ㆍ사교춤 강습ㆍ가라오케ㆍ삼림욕 등 각자 하고 싶은 일을 골라 자유로운 활동에 들어가는 일이 몸에 배어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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