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노레일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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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강남구 대치2동 대로변에 위치한 쌍용1차 아파트.
가로수가 울창한 담장 한켠에 '경제성 없이 2200억원만 낭비하는 모노레일 결사반대' 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빗바랜 모습으로 걸려 있었다. 인접한 쌍용2차아파트와 우성1차아파트에도 '모노레일 설치 반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아파트단지안에서 만난 50대 여자 입주민은 "6개월전에 3개 아파트별로 각각 2개씩 모두 6개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며 "지난 13일 3개 아파트 주민 대표들 모임에서 플래카드를 일단 철거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모노레일 설치 결사 반대'을 외치는 주민들의 뜻이 관철될때까지 그대로 두자는 주장이 완강했다"고 말했다.

◇모노레일 설치에 반대하는 입주민들
= 강남구에서 강남지역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신사역~강남대로~양재역~학여울간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려는 사업을 처음 추진할 당시 3개 아파트 주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이 일대에 버스중앙차로제를 시행하면서 사업 계획이 중단된 것도 원인이 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2004년 학여울역~영동대로~도산대로~신사역에 이르는 6.8㎞구간을 모노레일 설치 1차 사업 구간으로 변경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들 3개 아파트와 불과 15여m쯤 떨어진 도로중간 녹지대에 폭 1.5m,높이 10m짜리 콘크리트 기둥이 들어서고 그 위로 모노레일이 달리게 된다는 것이 주민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또 직선거리로 불과 20~30여m 떨어진 서울시 무역전시관 터에 모노레일 차량 기지창이 설치된다는 사실도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쌍용2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황증자(64.여)부회장은 "아파트와 인접한 곳에 4층 높이의 기둥이 올라가고 그 위로 모노레일이 쌩쌩 달리면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등 이루말할 수없는 생활불편을 겪을 것이 뻔한데 누가 찬성하겠는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또 "게다가 기둥 설치 공사로 인해 도로 중앙에 있는 사철나무와 은행나무 등 녹지대가 사라지면 주변 환경이 더욱 삭막해 지지 않겠느냐"며 "각처에서 친환경적인 환경이 추진되는 마당에 오히려 환경파괴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는 강남구청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없다"고 덧붙였다.

3개 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따라 2004년 3월 '강남구 모노레일 건설 반대 추진위원회(위원장 안형태)'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추진위는 먼저 일본 모노레일 협회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서울대 토목전공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모노레일 설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자료 확보에 안간힘을 쏟았다. 아파트 부녀회에서도 기금을 지원해 주는 등 협조로 아끼지 않았다. 주민 서명을 받아 강남구청과 서울시에 제출하고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박춘호 당시 구의원과 안형태 위원장이 번갈아가며 서울시청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여론몰이도 적극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단체 농성 등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진위는 합법적인 시위를 하자고 설득해 관철시켰다. 이같은 노력으로 서울시청앞 1인 시위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주민들의 반대에 공감한다.강남구청이 왜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또 서울시에 모노레일 건설 타당성 검토를 해 줄 것을 요구해 관철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모노레일 사업의 시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내년 4월쯤 '서울시 도시철도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면서 강남구 모노레일 건설 사업의 시행할지 아니면 백지화 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쌍용1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양원영(64)회장은 "강남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구간에 모노레일을 설치해도 교통 해소에 도움도 안되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가 만약 모노레일 설치사업을 승인하면 주민들의 커다란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강남구 모노레일 설치 사업 및 강남구의 입장
= 이 사업은 전임 권문용 구청장 재임때부터 추진됐다. 1단계 사업으로 영동대로와 도산대로를 잇는 총 6.7㎞구간에 0.8m폭의 궤도를 설치해 공중에서 모노레일 차량을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학여울역-우성아파트-삼성역-코엑스-경기고-청담-학동-도산-영동-신사역 등 10곳에 장류장을 설치하고 정류장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무인승차발매기 등과 긴급 전화·무인승차 발매기 등을 갖춘다는 것이다.

강남구는 이 사업을 위해 2004년 말레이시아 엠트란스사와 합작으로 강남모노레일(주)를 설립했다. 총 사업비는 2000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40%인 800억원은 서울시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강남구청과 민간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5분 간격으로 모노레일 운행시켜 하루 6만7000여명의 이용객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제안서는 현재 타당성 조사 용역까지 마친 상태로 서울시의 사업 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신임 맹정주 구청장 시대를 맞은 강남구는 이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업주체이면서 사업 승인권자인 서울시의 결정에 따를 뿐이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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