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에 비친 한국경제/방인철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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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일자 일본경제신문은 한국경제사정의 일단을 보여주는 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았다.
일본의 유명자동차 메이커 닛산(일산)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트랜스미션(변속장치)을 매달 1천대씩 「긴급수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이처럼 「긴급」이라고 접두어를 붙여 제목을 뽑은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사태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는 저의가 엿보인다.
대우는 닛산의 기술제공으로 소령 상용차 보닛을 생산하고 있으나 부품메이커의 노사분쟁으로 부품조달이 어려워지자 닛산에 긴급수출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대우측이 월 수천대의 트랜스미션 공급을 요청해 왔지만 닛산측은 『국내수요가 호조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수출할 여유가 없다』고 거절,당분간 1천대 공급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월 1천대는 대우가 당초 계획안 월생산 5천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신문은 이같은 사정은 대우뿐아니라 최대메이커 현대도 마찬가지라고 알리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현대가 미쓰비시(삼릉) 자동차 공업으로부터 트랜스미션을 공급받고 있으나 수주잔량 6개월분을 해소할 양은 공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신문은 한국정부는 「대일 적자시정」을 소리높이 외치고 있지만 이처럼 노사분쟁으로 일본부품 발주가 늘어나면 대일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도와 대조적으로 이 신문은 일본의 40개월이상 계속되는 이른바 「평성」호경기를 자랑하듯 지난해 일본가구당 평균저축액은 1천7백59만엔이라는 일본은행의 발표도 나란히 실었다.
이는 우리나라돈으로 환산하면 일본가구당 8천1백만원 정도씩 저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저축총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2%가 늘어난 7백13조5천억엔.
이처럼 늘어난 것은 주가저락에 따라 여유목돈이 저축으로 몰린데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인기탓이라고 풀이했다. 한일간의 경제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이 신문의 기사는 여러가지로 착잡한 생각을 갖게한다.
국민소득 5천달러시대에 진입했다고 너무 일찍부터 흥청망청 써버리는 일부 국민층의 과소비풍조,부품공장의 노사분규로 일본에 긴급 주문을 해야하는 이같은 상황이 언제나 그치게 될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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