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지자제「중앙」에 좌우돼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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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방화시대는 성큼 우리곁에 다가와 있으나 그 뼈대인 지방자치법안은 아직 성안되지도 못한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당초 90년 6월과 91년 6월이전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슬며시 꼬리를 감춘 상태다. 지방자치의 걸림돌이 무엇이며 바람직한 지방자치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최종 정리해본다.

<정동윤>

<민자당 제1정책조정실장>
지방자치는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는데 그 본질과 목적이 있다. 즉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단체가 그 지역의 일을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주민의 의사와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민주적 지방행정 제도다.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6·29선언의 주요내용이자 우리가 추진하는 민주화의 주요과제이므로 조속히 실시해야하나 장기적으로 민주발전및 국가발전, 단기적으로 경제·사회등 국가적 문제해결에 지장을 줘선 안된다.
우리나라 정당은 아직도 중앙집권적 행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권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되며 지역주민의 자율적 의사에 따른 생활자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당이 관여할 경우 지역문제와 관계없이 중앙정치에 예속될 우려가 있다.
또 지자제선거가 중앙당의 정치투쟁장이 되어 위기정국이 조성될 수 있으므로 당분간은 정당참여가 배제돼야 한다.
또한 현재의 경제상황이 침체와 혼란의 혼합 국면으로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실시할 경우약2조원 정도의 통화증발효과가 나타나 물가앙등·경제호란이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경제·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진 연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 조기실시의 장애요인으로는 또 국민의식이 선거에대한 주인의식이 구태의연해 불법·타락선거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일시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너무 영세해 지방자치의 실효를 거두기 힘든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만이라도 조속히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당의 기본입장이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을 여야간 합의로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우선 의회를 구성한 연후에 2∼3년간 지방자치훈련을 쌓고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정세욱>

<명지대교수>
지방자치는 민주화의 요체다. 지방의 민주화 경험을 토대로 중앙정부-국가가 건전한 민주화를 이루는 만큼 조속히 실시할수록 좋다.
지방자치에있어 선결조건이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외에 아무것도없다.
타락선거 우려, 재정자립 기반취약등 문제때문에 지자체가 미뤄진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는 격이다.
「재정자립도」 라는 것은 정책적개념으로서 허구적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8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63%로 프랑스의 71·2%보다는 낮으나 미국의 54·1%나 일본의 59·33%, 영국의 60·8%보다 높다.
문제는 현재 13·27%로 정해있는 지방교부세를 25%정도로 비율을 높여 지방자치단체간의 수평적 조정과 중앙정부와의 수직적 조정을 이루는데 있는 것이다.
한편 현행 법안도 몇군데 개정돼야할 조항이 있다고 판단된다.
지방자치에 있어 입법·조직·행정·재정자치권보장은 그 생명이다.
하지만 입법권의 경우 자치법제15조의 「법령의 범위내에서 조례를 제정한다」는 조항은 일본구법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일본에서도 이미 파기된 것이다.
조직권의 경우도 자치단체의장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었어 자치권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행정권의 경우 행정상의 위법사항을 행정소송이 아닌 중앙부처장 판단에 따라 취소·정지처분할 수 있게 돼있다.
이는 명목상의 지방자치일뿐 사실상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파견관서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난해말 여야합의에 의해 의원정수·선거구제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 여야는 중선거구제와 2만명이하 읍·면·동은 1명으로 한다는데 합의했다.
그 배경은 과열을 막자는데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읍·면·동으로 갈수록 혈연·지연등이해가 첨예해 갈등과 과열의 소지가 많다.
따라서 시·도의 동단위는 1명, 읍·면은 2명씩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건은 정치권이 지방자치를 당리에 연계시키느냐 참민주화의 초석으로 인식하느냐에 있다.

<조세형>

<평민당정책위의장>
지금 이 단계에서 핵심은 지자제 선거법의 내용이나 조문에 있지 않고 오히려 정부·여당이 도대체 지자제선거를 할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89년 4월말에도 지자제선거를 실시한다고 약속했다. 90년 6월에도 지자제선거를 실시한다고 국민앞에 약속했다. 두번다 법률의 명문규정으로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지자제를실시하느니 마느니 왈가왈부하고 있다.
지금 민자당은 국회에서 4분의 3에 이르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자제선거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연기하는 것은 여론을 무시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미 두번째 실시 시한을 어기게 되었지만 기왕에 실시할 지자제라면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통과시켜 하루빨리 실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것은 지자제선거에서 의회와 자치단체강의 두가지 선거가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만 생기고 시장·도지사·군수는 여전히 정부에서 임명한다면 그건 지자제가 아니라 「지자정명제」다.
따라서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려면 자치단체장도 약속대로 91년전반기에 모두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거법도 이번에 한꺼번에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때 걸림돌이 됐던 정당추천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전세계 어느 나라치고(미국 일부만 예외) 지자제선거에 정당추천제를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정당이 선거때 후보를내고 선거운동을 하고 하는 일을 못하게 하면 그런 정당은 존림 의의가 없다. 그건 헌법정신에도 위배되고 정당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정당 공천자없이 모조리 무소속으로 서울시의회나 종로구의회 의원을 뽑자는 것은 제2의「통대선거」를 하자는 것과 다를바 없다.
평민당은 민자당과 진지한 협상을 계속, 조속한 시일내에 진정 국민을 위한 지방자치법안을 성안시켜 지방시대를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

<조해령>

<내무부 지자제기획단장>
정부는 지자제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완벽한 준비를 하고있다.
지방자치의 기본이 되는 지방자치법·지방재정법등 관계법령을 대부분 정비, 완료했다.
자치법규정비는 일반자치법규 3백88종과 지방의회회의 규칙·의회위원회 조례등 지방의회관련자치법규 7종에 대한 시안을 이미 작성했다.
지방행정력 보강을 위해 중앙부처 권한중 1백47건을 이양 완료했고 시·도의 국가위임사무중 3백62종을 시·군·구에 재위임했다.
또 자치단체의 행정기구 개편과 함께 52개지역의 행정구역을 주민의 생활권과 일치하도록조정·정비했다.
지방의 재정능력은 지방자치실시의 실효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지방재정 대책으로 이미 담배소비세를 신설, 연간 1조3천억원의 지방세수를 증대했다.
또 자치제. 실시에 따라 특별시·직할시세 중 재산세·면허세·사업소세·토지과다보유세등 4개 세목을 자치구세로 전환했다.
지방의회 구성 및 운영준비와관련, 지방의회 회의실은 모두 2백75개 단체 중 2백45개 단체가 확보됐다.
아직 마련하지 못한 30개 단체는 지방의회 의원선거 이전에 가건물 신축 또는 사유건물 임대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1천2백40억원의 운영예산을 확보, 추진중이다.
현재 지자제를 앞두고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현직 자치단체강의 인사문제 및 지방공무원 육성이다.
진정한 일꾼이 깨끗한 선거를 통해 돈안쓰고 당선되는 공명선거 풍토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범국민적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며 정부에서는 선거기본법을 개정, 불법·타락선거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추진중이다.

<한호선>

<농협중앙회장>
지금 농촌은 위기상황이다. 수입개방의 여파로 경작기반이 흔들린 농촌은 마땅한 대체작목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미 일손부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갈수록 심화되고있다.
결국 농민은 농촌을 떠나게되고 과소현상을 빚어 국토의 균형발전 또한 어렵게한다.
이러한 어려움속에 지방시대를 맞은 농촌의 선결과제는 조직화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다.
진정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록 지방시대라고는 해도 농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농민-국민-정부의 삼위일체적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농협이란 장치외에 좀더 유기적이고 포괄적인 지방의희에 농민대표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농협은 단위조합별로 직선을 통해 조합장을 선출했다.
이 농협조합장들이야말로 농촌에 몸담고 있는, 농촌문제를 피부로 접하고 있는 「일꾼」이다.
이들은 당연히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안이 농·수·축협 관계자의 지방의회진출을 금지한 것은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국회등에 우리의 의사를 강력히 요구하겠으나 거부될 경우 헌법소원도 검토하겠다.
이제 「담배재배 권장→담배수입→고추로 대체재배→고추파동」같은 악순환은 없어야한다.

<가나다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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