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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첫 삽…현재 인구밀도 17명꼴|도시 전체가 공원…도로와 주택 숲으로 막아 소음방지 효과|자족기능 갖추려 세계기업 유치|미국 밀턴킨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유럽에서 기업을 하시려면 영국의 밀턴킨스로 오십시오. 교통이 편리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
밀턴킨스(Milton Keynes) 개발공사가 발행하는 투자안내팸플릿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TV에서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면서 「아! 인간이 사는 도시들이 모두이랬으면」하는 탄성을 질러놓는 광고가 지나간다.
도시자체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자족적 기능과 균형되고 전원적인 주거생활을 지향하는 영국신도시의 개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 중심에서 북쪽으로 80㎞쯤 떨어진곳에 위치하고 있는 밀턴킨스(이하 MK로 표기) 는 2차대전이후에 본격적으로 탄생되기 시작한 세계의 신도시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MK는 50년대말 런던의 인구집중이 심화되면서 그 문제점을 다룬 「남서지방연구」라는 보고서가 영국주택청에 의해 작성됨으로써 잉태되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65∼66년에 뉴타운계획이 제시됐으며 67년 이지역을 신도시개발지구로 지정했다.
지리적으로 런던과 버밍햄의 정중간지점에 자리잡아 두 도시로부터 확산되는 인구를 수용하고 장래 영국남동부의 중심도시로 키운다는 계획아래 69년 첫삽을 떴다.
2000년까지 분당의 약5배에 달하는 2천6백여만평에 25만명을 입주시킨다는 장기계획아래 개발사업은 영국정부가 만든 밀턴킨스개발공사가 맡기로 했다.
개발사업이 시작될 당시 이지역은 여느 영국의 농촌과 다름없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그러던 것이 21년이 지난 지금 MK는 14만5천명의 상주인구를 거느린 영국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인기있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때 받은 느낌은 도시라기보다는 역시 전원이라는 것이었다.
주택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신도시에 집과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금후에야 알았지만 그것은 도로로부터 주택이 나무숲으로 완전히 차단되어있었고 인도는 주로 차도 아래쪽에 만들어져 있었던 탓이다.
도로변에 얕으막한 둔덕을 만들고 그위로 나무를 심어 소음방지와 함께 쾌적한 환경을 꾀하고 었었으며 차도와 인도를 분리, 보행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도시내 도로의 또다른 특징은 신호등이 없다는 점과 곳곳에 직진을 허용치않는 로터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개발공사의 한국인 자문위원인 장민웅씨(48)는 과속운전을 막고 신호등가설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도착한 날은 마침 휴일인 토요일이어서 도시중심부에 있는 기차역광장의 주차장이 텅비어 있었지만 평일엔 이곳에 승용차가 가득 들어찬다고 한다.
런던이나 버밍햄등 각지로 일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기차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승용차로 정상적으로 달리면 런던까지 1시간이면 되지만 출퇴근시간엔 차가 몰러 시간이 휠씬 많이 걸린다.
차를 타고 MK 곳곳을 둘러본 결과 이곳이 왜 신도시의 모범사례로 일컬어지는지 알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업체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도시가 제대로 발전하러면 우선 거주민들에게 충분한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현재 MK에는 25개국의 2백40여개 기업을 포함, 모두 8만명을 고용하는 3천여개의 크고 작은 회사가 있다.
의국기업중에는 벤츠·코카콜라·히타치·소니·훽스트등 세계적인 대기업도 상당수 있다.
나라별로는 미국회사가 80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일본과 서독이 각각 30개 안팎으로 엇비슷하다.
한국계 회사로는 장민웅씨가 경영하는 퍼모스트UK(철장재수출중개업) 하나뿐이다.
각국의 기업들이 20년밖에 안된 신생도시에 이렇게 몰러들고있는 것은 이곳의 투자여건이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도시자체가 충분한 업무 및 공장용지를 확보하고 있어 지금은 물론 장래의 토지수요에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며 특히 땅값이 런던에 비해 평균 20∼30% 싸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생활환경을 중시함에 따라 물론 공해가 거의 없는 기업들을 주로 유치하고 있는데 현재 입주기업의 주종은 통신·전기·전자·컴퓨터·서비스업 등이다.
기업입지에서 나타나는 특색은 이들 기업들이 하나의 단지에 밀접돼 있지 않고 동서남북 곳곳에 적당히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곳에 몰려 있을 경우 출·퇴근시간에 교통량이 폭주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개발공사의 한국사업부장 테리 브라이엇모어씨는 설명한다.
현재의 인구밀도는 ㏊당 17명꼴. 오는 2000년 목표인구 25만명이 다 들어찬다해도 28명에불과하다.
여유공간이 많다 보니 곳곳에 녹지와 공원이 조성돼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도시전체가 녹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곳에 심어진 나무는 1천2백만그루에 달하며 매년 1백만그루씩 나무심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의 경우는 더욱 신도시답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고색이 창연하고 건물과 건물이 닥지닥지 붙어 우중충한 분위기를 내지만 이곳은 그와 정반대다.
널찍한 정원에 분수까지 만들고 2∼3대분의 차고를 마련한 주택도 많다.
땅이 넓다보니 집을 고층으로 지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집들이 2∼3층의 단독 또는 연립주택들이다.
에너지파크로 명명된 단지에는 모든 집이나 사무실 건물이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건축학자 및 설계사들의 견학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테드 에네버 개발공사 홍보부장은설명했다.
개발공사측은 매년 2만채씩 새 집을 지어 분양 또는 임대를 한다. 특히 임대와 분양이 혼합된 형태도 있는데 예컨대 집 l채를 통째로 살 능력이 부족할 경우 집값의 30∼80%만을 내고 나머지는 임대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 나머지 집값을 다 지불하면 개인소유가 됨은 물론이다.
개발공사는 이같은 분할소유주택을 매년 2백50∼4백채를 지어왔으며, 부분적인 소유와 임대를 거쳐 완전히 자기집으로 만든사람이 지금까지 3천5백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택지를 구입, 자기기호에 맞게 주택을 신축하는 것도 가능할뿐만 아니라 개발공사로부터 신축자금융자도 받은수 있다.
집값은 연건평 60∼70평짜리의 3층단독 주택이 1억∼1억2천만원선으로 평당 가격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MK가 살기 좋은 곳으로 날로 평판이 나면서 집값상승률은 연간 20%에 달하고 있다.
교육시설로는 밀턴킨스대학과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대에 해당하는 오픈유니버시티, 정보공학으로 이름있는 크랑필드공업대학을 비롯해 크지 않은 초·중등 학교가 각 주거단지별로 산재해 있다.
생활편의시설로는 폭3백m, 길이 2㎞의 유럽에서 제일 큰 쇼핑센터가 중심상업지구에 자리잡고 있다.
위락 및 휴식기능은 도시자체가 넓은 공원이어서 별다른 시설이 필요없는듯 보였지만 골프장·경마장·동물원·사파리를 비롯, 10개의 영화가 동시상영되는 극장과 연극무대, 롤러스케이트장·수영장·테니스장까지 빠진것 없이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런던=심상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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