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강도들이 노리는 것은 은행, 보석상, 그리고 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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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파충류가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면서 무장 강도들이 은행과 보석상 못지않게 가정집에서 기르는 뱀들을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훔친 뱀들을 사고파는 암시장도 덩달아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뱀 등 파충류를 노리는 강도사건이 급증하는 것은 은행이나 보석상을 터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적으면서도 비싼 값으로 쉽게 암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며칠 전 애들레이드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강도사건은 그런 면에서 볼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총을 든 강도는 애완동물로 기르던 초록색 나무 비단뱀 12마리를 순식간에 강탈해 달아났다. 이 뱀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12만 호주 달러는 쉽게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계산이다. 애들레이드 경찰의 페르디 피트 형사반장은 "범인은 무엇을 노리고 갔는지 정확하게 알고 간 것"이라며 "아무데나 그냥 들어갔다 뱀을 강탈해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않는다"고 호주 언론들에 밝혔다.

이번에 강도를 당한 집은 2년 전에도 뱀을 강탈당한 적이 있고, 초록색 나무 비단뱀이 다 자라면 쉽게 마리 당 2만 달러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호주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파충류를 사고파는 암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 도둑맞은 뱀들은 호주내 다른 지역으로 가서 팔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밝은 초록색 바탕에 노란 점과 검은 점들이 박혀 있는 초록색 나무 비단뱀은 암시장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물건 가운데 하나로 상당히 높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파충류 전문가는 지난 3-4년 사이에 파충류 절도사건이 호주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일부 동물들의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암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사람은 살 능력이 없으면서도 갖고 싶은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단뱀은 어린 게 1만 달러 정도, 다 자란 것은 그것의 두 배 이상 된다면서 "뱀들의 가격을 보면 뱀들을 훔치는 게 강도들에게는 은행이나 보석상을 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은행이나 보석상을 털어도 이번에 비단뱀 12마리를 훔쳐간 것처럼 일거에 12만 달러를 수중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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