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간 세종대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한학교 두총장」문제등으로 9개월째 심각한 학내분규를 거듭해오던 세종대가 휴업 49일만에 공권력에 의해 일단 표면상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공권력 투입은 한교측의 사태해결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계당국의 판단과 KBS·현대중공업에 이은 정부의 강경대응방침에 따라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상화기미가 보이던 세종대사태가 공권력개입까지 오게된 것은 88년말 소위 「학원자주화투쟁」의 결실로 학교와 학생간에▲총장의 교수직선▲학사행정에의 학생참여등에 합의했으나 그 이행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끊임없는 대림때문.
세종대분규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재단측이 박홍구교수(56)를 총장으로 선임하면서부터.
이후 학생들은 교수직선에 의한 오영숙총장(51)지지로 시작돼 자체 졸업식거행·등록금창구 분리수납·수업거부 등으로 학교측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학교측은 4월15일 학생들의 수업거부에 맞서 전격적으로 휴업령을 공고했다.
학교측은 이후 오교수해임, 학교내 단전·단수 조치, 오교수와 총학생회장등의 공금횡령혐의 고발과 1백여 등록금 미납자에 대한 제적등 강경 일변도로 밀고나가 학내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실패했다.
학교측은 또 이 기간동안 제적방침을 철회하는등 학생들에게 유화적제스처를 보이며 대화를준비했다.
장기간 휴업으로 인한 수업일수 부족으로 전원이 유급될 위기에 몰리자 학교측은 지난달 28일 「전수업정상화 후대화」안을 갖고 처음으로 학생대표들과 공식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88년 합의사항선행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그 표적이 되고있는 박총장과의 대화는 평행선을 그을수밖에 없었고 박총장은 교내 입성 3일만에 다시 학생들에 의해 학교밖으로 쫓겨났다.
사태가 악화되자 문교부는 1일 급기야 주영하이사장·최옥자명예총장·박총장등을 불러 「휴교 또는 폐교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학생들도 휴업기간동안 철야농성을 벌이면서도 공권력투입을 우려해 학교측과의 직접적 충돌은 피해오면서 대화를 모색, 학교측의 「전수업정상화」안을 놓고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돼 학교측과의 대화여지가 없어졌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31일 일부학생들이 총장실재점거를 시도하다 체육학과생과 충돌, 끝내 공권력 개입까지 불러들였다. 그러나 세종대는 휴업령을 해제해 수업이 정상해돼도 순수한 학내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했다는 점과 대량 학생제적사태등 후속조치 그리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등 후유증이 클것으로 보인다.<고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