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흰봉투」임진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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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늦게 결혼한 탓에 첫아이가 얼마전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마치 내가 학교에라도가는 것처럼 요즘 설레고 기대감에 부푼 나날을 보내고 있다.
키가 작아 맨 앞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를 집안 청소를 하면서도 문득 문득 상상해 보곤 했다.
지금은 산수시간이니까1, 2, 3을 쓰겠지…, 지금은 그림을 그릴거야….
정말 참새떼처럼 조잘조갈거리는 아이들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잊지 않으시는 선생님의 모습도 뗘올랐다. 소집일에 잠깐 함께 있었을 때도 귀가멍할 정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던 나는 선생님이 얼마나 애쓰시는가 느낄수 있었다.
얼마전 나는 이웃 부인들의 조언에 따라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성의의 봉투를 들고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바쁘신 가운데도 아이를 잘관찰하시고 학습태도가 좋으니 염려하지 말라며 상냥히 웃으셨다.
선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 얼른 봉투가 든 책을 선생님 책상에 놓고 왔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선생님께서 주신 편지라며 횐봉투를 내밀었다.
『성희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교직자의 사명으로 이 봉투는 사양합니다. 어머님의 성의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보답으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 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는 정말 얼굴이 붉어져왔다.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말하거나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봉투를 건네는 내행동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생각은 안하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였으니 ….
나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고 왠지 모를 확신감이 들었다. 부정적인 면도있지만그래도교육계 일부는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붉은 장미다발을 한아름 사들고 참다운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을 뵈러 가야겠다. <서울양천구신월 4동 538의 1 신신연립b동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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