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접촉 직후 '도발'… 북 또 이중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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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 선언 과정에서 남측의 뒤통수를 치는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3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기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성사된 남북 간의 접촉은 7월 미사일 발사 때문에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이후 3개월 만이었다.

군 당국 차원에선 제4차 장성급회담(5월 16~18일) 이후 다시 얼굴을 맞대는 것이었다. 당시 외교안보 라인에선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오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까지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북측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비난 전단 살포 등에 항의하고 남측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을 뿐이다. 그러곤 핵실험 강행 선언을 했다. 결과로만 보자면 북한은 남북 접촉 뒤 핵위협 카드를 꺼내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인 셈이다.

이런 상황은 7월 5일 미사일 발사를 전후한 시기에도 있었다. 미사일 발사 이틀 전에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그달 7일에 갖자고 우리 측에 제안했던 것이다. 당시엔 우리 정부가 북측의 회담 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사일을 쏘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북측은 5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과 광주에서 열린 6.15 공동성명 6주년 공동행사 등을 통해 조성됐던 대화 분위기를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회담 주체인 군부가 미사일.핵 문제를 맡고 있기 때문에 북측 내부의 의사소통이 안 돼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 군부가 '접촉 뒤 도발'이라는 사전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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