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무원 '딱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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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던 22일 오후 6시쯤. 서울 남부순환도로변 서초구청 앞에는 K씨(50) 등 국무총리실 사정반 직원 4명이 잠복하고 있었다. 목표는 서초구청 金모(4급)도시관리국장. 이날 저녁 金국장이 건설업체 관계자를 만난다는 제보를 받은 터였다.

金국장이 사정반의 안테나에 걸린 것은 지난해 6월. 관내 업자들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는다는 첩보에 사정반은 모두 일곱차례에 걸쳐 金국장이 업자들과 식사하는 현장을 미행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금품 수수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金국장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구청을 나와 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오후 9시50분쯤 金국장이 일행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사정반원들은 金국장이 빈 손으로 나오자 또 허탕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金국장이 일행 소유인 벤츠 승용차의 조수석에 올라타자 사정반은 눈을 부릅떴다. 차 안에서 금품이 건네질 것을 직감한 것이다. 10분 후 벤츠 승용차는 金국장의 집인 반포 H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때 차에서 내리는 金국장에게 40대 남성이 서류봉투를 건네줬다.

잠시 후 金국장에게 사정반원들이 다가갔다. 대형 서류봉투엔 현금 5백만원이 들어 있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金국장은 "돈인 줄 모르고 받았다"며 두 시간을 잡아떼다 결국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돈을 건넨 사람은 S종합건설 회장 金모(48)씨였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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